6월 지방선거 앞두고 정쟁 비화
사업예측 가능성 훼손 우려 키워
李대통령 "정부가 이전 강제 못해"
업계 "논쟁보다 속도에 집중해야"

글로벌 반도체 ‘속도전’이 한창인 가운데, 국내에선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외풍’이 국가 전략 산업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핵심 기지가 표심(票心)에 흔들리는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K-반도체의 운명을 결정지을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이에 반도체 업계는 ‘확정 투자의 사수’와 ‘지방 투자의 중장기 과제’라는 투트랙 접근이 현실적 해법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치권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호남 이전 주장과 관련해 “정부가 강제로 옮기라고 한다고 옮겨지겠느냐”며 일단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지방으로 이전하자고) 설득이나 유도는 할 수 있다”고 했다. 기업의 입지는 정치적 압박이 아닌 ‘수익성’과 ‘경제적 유인’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시장 존중의 원칙을 확인한 것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에너지 가격과 인프라 지원을 통한 ‘설득과 유도’ 가능성을 열어두며, 강제 수혈이 아닌 기업의 ‘자발적 동기 부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선거판의 표심에 흔들리던 현장에 일단 ‘정치 외풍 차단’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가 용인 원삼면 일반산단에 600조 원, 삼성전자가 이동·남사읍 국가산단에 360조 원을 투자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총 투자 규모는 1000조 원에 육박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반도체 생산시설이 집적되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업계는 인허가와 인프라 구축 속도가 경쟁력의 관건이라고 본다.
산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은 정치권 공방이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용인 클러스터를 둘러싼 지방 이전론은 여권 내부 갈등으로까지 확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토지 보상과 전력 수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전 주장 근거로 든다. 토지 보상은 통지 단계까지는 진행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12월 이동·남사읍 국가산단 부지 토지소유자들에게 손실보상 협의 통지서를 발송했고 협의가 시작됐다.
전력 문제도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일부에서는 클러스터에 16GW급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송전망 구축이 중장기 과제라는 점에서 리스크는 존재한다. 다만 업계는 이를 이전 논리로 연결하는 순간 전력 문제는 해결이 아니라 지연의 명분으로 변질된다고 지적한다. 전력·용수·도로는 입지를 바꾼다고 사라질 문제가 아니라 어디서든 풀어야 할 인프라 과제라는 것이다.
결국 쟁점은 정치 리스크다. 반도체 산업은 투자 결정부터 양산까지 수년이 걸리고 글로벌 공급망과 고객 인증이 촘촘히 연결돼 있다. 정부가 장기 계획을 전제로 민간 투자를 유도했다면 정치권은 선거 국면에서 이를 흔들기보다 인허가 단축과 인프라 적기 공급으로 속도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게 산업계의 공통된 요구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전무는 “계획된 것은 계획대로 가야 한다”며 “지방에서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고 싶다면 별도의 중장기 투자로 검토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계획을 흔들면 투자 공백이 생기고 경쟁력이 약화된다”며 “지금은 이전 논쟁이 아니라 속도를 내는 데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