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과열 '좀비 ETF' 급증…차별화·유동성 과제[ETF 300조 시대上-③]

[편집자주]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순자산총액 300조 원대 시대를 열었다. 퇴직연금 자금의 이동을 계기로 ETF는 개인투자자의 투자 수단을 넘어 자본시장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이투데이는 ‘ETF 300조 시대’를 맞아 연금자금 유입 구조와 운용사 실적 변화, 과열 경쟁의 그늘과 중소헝 자산운용사의 전략까지 ETF 시장의 명암을 짚어본다.

ETF 급성장 속 유사 상품 증가…차별성 과제 부각
인기 테마 쏠림 현상에 ‘좀비 ETF’ 확대 우려
초저보수 경쟁 확산…ETF 시장의 지속성 점검 필요

(구글 노트북LM)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유사 상품 증가와 경쟁 심화라는 구조적 과제가 함께 부각됐다. 비슷한 테마의 ETF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상품 간 차별성이 약화하고 이 과정에서 투자자 선택의 어려움과 이른바 ‘좀비 ETF’ 증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2일 기준 순자산총액이 50억 원에 미치지 못하는 ETF는 35개로 집계됐다. 거래소 규정상 ETF는 상장 후 1년이 지나도 순자산총액이 50억 원을 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이후 6개월 이내 개선되지 않으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상장폐지된 ETF는 50개에 달했다. 같은 기간 신규 상장 ETF는 123개로 상장폐지 수의 두 배를 웃돌았지만, 시장에서는 상품 간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도 함께 제기됐다. 인기 테마를 중심으로 유사한 구조의 ETF가 다수 출시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조방원(조선·방산·원자력)’ 테마 ETF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지난해 상반기 관련 업종이 강세를 보이자 여러 운용사가 해당 테마를 반영한 ETF를 잇달아 선보였다. 각기 다른 지수를 추종했지만, 실제 편입 종목에서는 공통된 핵심 종목 비중이 높아 유사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같은 시점에 양자컴퓨팅 ETF 4종이 상장된 사례도 존재한다.

시장에서는 이처럼 단기적인 관심이 집중된 테마형 ETF의 경우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고, 테마 열기가 약화할 경우 자금 유입이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2021년 출시된 메타버스 ETF가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당시 10종이 넘는 상품이 한꺼번에 상장됐으나, 이후 관심이 식으면서 상당수가 순자산총액 50억 원 미만으로 내려앉아 상장폐지되거나 상품 구조를 전환했다.

운용 보수를 둘러싼 경쟁 역시 시장의 주요 변화로 지목된다. 대표지수 ETF를 중심으로 운용 보수가 최저 0.0047%까지 낮아지며 초저보수 경쟁이 이어지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투자자 비용 부담을 낮추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운용사의 수익 구조와 상품 개발 여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품 기획 과정에서 중장기적인 투자 관점과 전문성이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라며 “시장 경쟁이 과열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접근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 역시 ETF 시장의 쏠림 현상과 구조적 변화에 대해 지속해서 점검해야 한다”라며 상품 승인 단계에서의 유사성 검토와 시장 관행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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