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발굴부터 검증 및 의결까지
투명한 절차ㆍ합리적 설명 필요
제도 마련돼도 CEO 의지 관건

금융권에서 사외이사·최고경영자(CEO) 추천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면서, 인사 결과보다 절차의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이 이사회 신뢰를 가르는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누가 선임됐는지보다 후보 발굴·검증·추천·의결 전 과정이 명확한 기준과 기록에 따라 진행됐는지, 외부에서도 납득 가능한 절차였는지가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보완과 함께 최고경영진과 이사회의 인식·문화 전환이 병행되지 않으면 같은 논란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20일 본지 자문위원인 노태우 한양대 교수는 “이사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형식적으로는 독립성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동일 인맥이나 관료·학계 등 특정 직역에 의존하는 좁은 인적 풀 안에서 인사가 순환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결과 외부에서는 ‘결과는 늘 비슷한데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는 불신이 쌓이고, CEO 승계나 사외이사 추천 때마다 ‘셀프 연임’이나 ‘짬짜미’ 논란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미국과 유럽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은 이사회 산하 위원회를 중심으로 CEO 승계 계획을 상시 관리하고 평가 기준을 문서화하는 체계를 갖췄고, 유럽은 독립성과 설명 책임을 규범과 공시로 엄격히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제도 도입에 비해 절차 공개와 설명 책임이 특히 약하다”며 “개인의 명망이나 성과보다, 전 과정에서 누가 봐도 납득 가능한 기준과 기록이 남는지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제도 개선과 함께 최고경영진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지 자문위원인 정석호 한국의결권자문 대표는 “사외이사나 CEO 추천 절차를 완전히 투명하게 만드는 제도적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최고경영진의 결단과 투명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으로 명단 공개 등을 강제할 수는 있겠지만, 인사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제도적 압박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와 책임이 강화된 점을 언급하며 “이사 개인의 책임이 커진 만큼 숙고와 판단의 중요성도 커졌다”며 “이를 위해서는 지배주주나 오너, 최고경영진이 사외이사를 적극 활용하고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통 구조가 없는 상황에서 제도만으로 행동을 강제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선임 구조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회장이 사외이사를 사실상 지명하는 구조에서는 친분이 있거나 본인을 지지할 인사가 선임되기 쉽다”며 “이들이 다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현 회장을 재선임하는 관행이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외이사 후보군을 사전에 공개하고, 이사회나 임원진 등 복수 주체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선임 절차를 분산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나 소비자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두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전문성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ESG 전문가, 소비자 전문가라는 명칭이 지나치게 쉽게 사용되고 있다”며 “단순한 관련 경력만으로 전문가로 분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연구 성과나 논문, 특허 등 객관적 지표를 통해 실질적 전문성을 검증해야 하며, 사외이사 추천 과정에서도 이러한 기준이 명확히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