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과 격차 벌리는 中…생물보안법, K바이오에 기회?[한중 바이오 경쟁과 협력④]

인도·일본 등과 경쟁해야

중국 바이오 산업의 급성장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에 구조적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때 기술 격차를 좁히는 추격자에 불과했던 중국은 이제 신약 개발과 시장 규모,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한국을 앞서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미국의 생물보안법 통과를 계기로 미·중 바이오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바이오 산업에는 새로운 전략적 기회도 동시에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중국의 바이오의료 기술력은 한국보다 약 2.5년가량 뒤처진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중국 제약시장은 대규모 제네릭과 원료의약품(API) 중심이었고 한국은 상대적으로 품질 관리와 개량신약, 초기 바이오의약품 역량에서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판도는 크게 달라졌다. 2024년 기준 중국 제약·바이오 시장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했고 시장 규모는 3320억 달러(491조3600억 원)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약 28조 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중국은 2015년 이후 ‘혁신 신약’을 국가 전략 목표로 전환하면서 연구개발(R&D) 투자와 임상 역량을 대폭 확대했다. 그 결과 항암·면역·대사질환 등 주요 분야에서 글로벌 임상과 기술 수출이 빠르게 늘었고 일부 핵심 기술 영역에서는 한국을 앞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 구조의 변화도 뚜렷하다. 과거 중국이 대규모 저가 생산기지로 인식됐다면 현재는 자체 파이프라인과 기술수출을 병행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이 결과 2024년 총 94건, 519억 달러(약 76조812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150건에 1300억 달러(약 192조4000억 원)로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반면 한국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글로벌 거점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인력과 자본에서도 격차는 확대됐다. 2014년만 해도 양국 모두 제한된 바이오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성장하던 단계였지만 현재 중국은 대규모 인재 유치 정책과 막대한 공공·민간 투자를 통해 R&D 인력과 투자 규모에서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한국은 인력 공급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핵심 인재 확보 경쟁과 투자 변동성이 과제로 지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변수로 떠오른 것이 미국의 생물보안법이다. 중국 CDMO에 대한 정책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규제 신뢰와 품질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대체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미국 메릴랜드주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를 결정하며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했다. 관세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동시에 낮추는 전략으로, 글로벌 제약사의 수주 확대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규모 생산능력과 글로벌 규제 신뢰를 확보하며 제조·품질 경쟁력에서 강점을 유지하고 있다.

셀트리온 역시 미국·유럽 시장에서 축적한 규제 승인과 상업화 경험을 바탕으로 ‘검증된 공급자’라는 입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 뉴저지 공장을 인수하며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거점으로 항체의약품과 항체약물접합체(ADC) 위탁생산 확대를 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물보안법이 우리에게 반사이익을 줄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바이오협회 경제연구센터는 ‘2026 바이오산업 전망 리포트’에서 “미국의 의약품 관세, 약가 인하 정책과 생물보안법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글로벌 공급망과 기업 간 경쟁 구도가 더 복잡해질 것”이라며 “중국이 차지하던 시장 공백을 두고 한국뿐만 아니라 인도, 일본, 유럽 기업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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