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전력화·선도 조선소 협력 기대감
HD현대重 미국 내 야드 확보도 추진

미 해군의 함대 현대화 작업이 구체화됨에 따라 한국 조선업계가 ‘글로벌 해군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노후화된 구형 전력을 최신형 함대로 교체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독보적인 설계 및 건조 역량을 갖춘 HD현대중공업의 미 해군 함정 사업 참여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 해군은 지난주 미국 버지니아주 앨링턴에서 열린 ‘해군수상함협회(SNA) 2026’에서 차기 호위함 FF(X) 사업에 대한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 사업은 헌팅턴 잉걸스(HII)가 선도 조선소로 참여해 총 50~65척을 건조할 예정으로, 2028년까지 초도함 진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FF(X)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해군의 대규모 전력 증강을 위해 추진 중인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상 중 첫 전함이다. 기존에 추진되던 FFG(X)에서 FF(X)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수직발사장치(VLS)를 과감히 제거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에 FF(X)는 고강도 전투보다는 저강도 위협 대응을 중심으로 하는 고속 모듈형 호위함 성격이 강하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FF(X)는 기존의 DDG-51 Flight III 및 향후 BBG(X)와 함께 함대 전력 구성을 이뤄 저강도 위협과 마약 단속과 같은 임무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이는 무엇보다 납기 지연 문제를 해결하고 ‘속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 해군이 복잡한 무장 체계를 단순화하는 등 빠른 전력화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HD현대중공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빠른 전력화를 위해서라면 HD현대중공업의 건조 역량과 기술 협력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HD현대는 지난해 HII와 ‘상선 및 군함 설계·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 각서(MOA)’를 체결하며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설계·건조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여기에 미국 내 생산거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점도 기대요인이다. HD현대는 국내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14일 진행한 경영진 신년 간담회에서 FF(X) 사업을 위해 미국 내 야드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초 발의된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 등 미국 외 지역에서 군함을 건조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나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되면 국내 조선소에서 선체 블록을 건조하는 방식의 수주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미 해군은 FF(X) 외에도 미 해군은 차세대 트럼프급 전함 BBG(X) 사업 등도 추진하고 있어 향후 국내 조선사들의 추가 협력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미 국내 조선사들은 미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통해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 7함대 소속 4만1000t(톤)급 화물보급함 ‘USNS 세사르차베즈’의 MRO 사업을 수주했다. 12일에는 미 해군 해상수송사령부 소속 4만t(톤)급 군수지원함 ‘USNS 아멜리아 에어하트함’이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 입항해 HJ중공업의 MRO 사업이 본격화했다. 이 밖에도 미 해군과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하거나 추진 중인 조선사도 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조선업 부흥은 물론 조기 전력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해외 조선사들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해외 건조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조항 등 제도적 기반이 상반기 내 추진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