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돈 들였는데 자격 요건 강화에만 몰두"⋯현장서 볼멘소리도
"풀 넓힐 수 있도록 제도 보완하고, 책임에 따른 보상 현실화해야"

금융지주들이 사외이사 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외형상 이사회 규모는 커졌지만 독립성 강화와 책임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실제로 영입 가능한 인재 풀은 오히려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늘어난 자리와 달리 그 자리를 맡을 수 있는 인물은 줄어드는 역설이 금융권 전반에서 반복되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상시 롱리스트(1차 후보군)를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은 140여 명, 신한금융은 165명 내외, 하나금융은 215명, 우리금융은 100여 명 수준이다.
각 금융지주는 전문성, 직무 적합성, 윤리성, 책임성 등 다양한 기준을 바탕으로 사외이사 자격을 검증한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관련 법령과 내부 규범에 따라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고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한다. 분야별로 금융·경제·경영·법률·회계 등 전문 지식이나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사가 주요 대상이다.
숫자만 보면 인재 풀이 넉넉해 보여도 숏리스트(최종 후보군) 단계로 넘어가면 상황은 급격히 달라진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주요 주주나 특수관계인, 해당 금융사·계열사의 임직원 및 비상임이사는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금융사와 중요한 거래 관계가 있거나 사업상 경쟁·협력 관계에 있는 기업의 상근 임직원 역시 제한 대상이다. 사외이사로서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곤란하거나 금융사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인물, 겸직 제한에 걸리는 경우 등도 배제 사유에 포함된다. 평판 조회와 성별·전문성·다양성 요건까지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후보군은 기존 사외이사 풀을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 셈이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지주와 은행은 하나밖에 이사를 할 수 없고, 임기도 2년 이후 1년마다 재임용이 돼야 하는 등 제약이 많다”며 “능력 있는 후보자들은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금융지주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고 본다.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풀을 넓힐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의 책임 부담이 과거보다 크게 확대된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내부통제 실패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사외이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성과와 연동된 보상 체계는 미비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 지배구조를 ‘부패한 이너서클’로 규정한 이후 금융당국이 특별 점검에 나서는 등 압박이 가중되면서 사외이사직을 둘러싼 부담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금융사 사외이사를 지낸 한 경제학과 교수는 “독립성을 강조하는데, 사실 금융지주 사외이사라고 해서 다른 회사와 특별히 다른 게 아니다. 기존 풀에서 이해충돌이 없고 낙하산이 아닌 인물을 쓴 뒤 평가해 재임 여부를 따지면 된다”며 “달에서 사람 구하듯 정부가 나서서 유난 떨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외이사 선임은 단순한 인력 충원이 아니라 전문성과 독립성은 물론 임기 구조로 인한 지속적인 교체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작업인데, 자격 요건이나 임기 제한만 강화되면 추가 부담이 생긴다. 사외이사 선임 절차 전반의 효율성이 저하될 우려도 있다”고 토로했다.
책임에 걸맞는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조 교수는 “사외이사는 감독자니까 과도하게 성과에 대한 보상을 받진 않더라도 일정 수준 연동할 순 있다”며 “금융지주의 회계적 이익이나 주가, 이사회에서 활동에 대한 평가 등을 적절하게 섞는 것도 방안”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