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기술수출 급증

중국이 ‘세계의 공장’을 넘어 글로벌 바이오 혁신 국가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과거 저렴한 비용을 앞세워 복제약과 원료의약품(API) 생산기지로 인식됐던 중국은 이제 신약개발과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을 주도하는 국가로 위상이 높아졌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한 중국 제약 시장은 여전히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며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지형을 재편하는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20일 제약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2011년 12차 5개년 계획을 기점으로 바이오·의약 분야를 국가 전략 산업 축으로 격상하고 지속해서 육성해왔다. 2015년에는 바이오를 ‘7대 전략적 신흥 산업’으로 지정하며 산업적 위상을 공식화했다.
제도적 전환도 병행됐다. 2017년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에 가입하며 글로벌 규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확보했고, 이후 임상시험 및 허가 제도를 국제 기준에 맞춰 빠르게 정비했다. 2018년 전후로는 이른바 ‘묵시적 승인(implied approval)’ 제도를 본격 적용해 규제 당국이 정해진 기간 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임상시험이 자동 개시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신약개발에 드는 초기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중국 정부의 바이오 육성은 규제 완화에 그치지 않았다.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동시에 이뤄졌다. 중국의 R&D 투자 비중은 2000년대 초반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안팎에서 2024년 2.68%까지 상승하며 미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 결과 다국적 제약사들의 글로벌 임상시험과 공동연구가 중국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중국 정부 바이오산업 육성 정책 기조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말 열린 국무원 상무회의에서는 ‘약품관리법 시행 관련 규정’을 심의·통과시키며 약품 개발·등록 제도 개선과 혁신 치료제 심사·승인 가속화를 공식화했다. 중국은 혁신 치료제 지정, 조건부 승인, 우선 심사·승인 등 다양한 가속 심사 제도를 활용해 임상 수요가 높은 의약품의 조기 시판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임상시험 데이터 보호와 시장 독점 기간 제도를 정비해 혁신 성과 보호를 강화하고, 외국 자본의 의약 혁신 분야 투자와 연구개발 참여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산업 구조 역시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과거 제네릭·API 중심의 제조 경쟁력에서 벗어나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삼중항체, 세포유전자치료제(CGT), RNA 기반 치료제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중국의 대형 바이오 기업들은 위탁개발생산(CDMO)을 넘어 자체 파이프라인 확보와 글로벌 기술이전을 병행하는 ‘연구–개발–생산’ 일체형 모델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2023년 중국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125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혁신 신약 부문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전체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신흥 바이오기술 국가안보위원회(NSCEB)는 2022년 중국 기업이 5000만 달러 이상의 선불금을 수반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으나, 2025년 1분기에는 40%를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40년까지 중국에서 개발된 의약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전역에 조성된 10여 곳 이상의 바이오 혁신 허브도 성장의 토대다. 정부의 집중적인 R&D 지원과 규제 혁신을 바탕으로 신약의 보험 등재 기간이 단축되면서 시장 확대 속도가 빨라졌다. 중국발 라이선스아웃 거래 규모(총 계약가 기준)는 2019년 이후 가파르게 증가해 2024년에는 500억 달러 안팎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신약 후보물질 기술 거래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바이오의 부상이 단순한 산업 경쟁을 넘어 기술 패권과 안보 이슈로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중국이 주도하는 바이오 R&D의 급격한 확장은 기술 독점, 공급망 의존, 생물안보 리스크 등과 맞물려 국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