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국가들, 현재 이란 시위 사태에 거리 두는 이유는

이란 시위, 2022년과 달리 톱뉴스서 밀려
헤즈볼라 약화 등 이란 역내 영향력 감소
이란 혼란, 역내 불안 키울까 ‘거리 두기’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대와 진압 병력이 대치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연합뉴스)

이란에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과거와 달리 아랍권의 반응은 눈에 띄게 차분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이란 내 대규모 시위 당시 범아랍권 매체들이 연일 시위를 집중적으로 보도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17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번 이란 시위 격화에 대해 아랍권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22년 이란이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로 흔들렸을 때는 아랍권 매체들이 관련 소식 보도에 큰 관심을 보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지역 국가들이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부 매체들은 시위를 동정적으로 조명하며 보도를 이어갔다.

호세인 살라미 당시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은 “사우디 지원 매체들이 이란 내부 불안을 부추긴다”며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경제난으로 촉발된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더 크게 벌어지고 있는데도 아랍권의 반응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주요 방송사의 톱 뉴스에서도 이란 사태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잦아졌으며 당국자들도 공개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이란의 역내 영향력 약화와 체제 불안이 자칫 아랍권 전체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계심에 따른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2023년 10월 이후 격화된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이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등 친이란 대외 무장세력의 영향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장기화하며 세력이 크게 축소됐고, 친이란 성향이던 바사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도 붕괴됐다. 이란 역시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미국으로부터 공습을 받으며 대내외적인 위상이 약화됐다.

이러한 위상 약화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이류 국가’라고 격하한 평가와 맞물리며 아랍권에서도 이란의 중요도를 예전보다 낮게 보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랍권에서 이란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이유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정권이 시위대 학살을 계속할 경우 군사개입도 옵션에 있음을 시사했다. 아랍 국가들은 이 경우 이란이 보복을 명분으로 걸프 지역의 미군 기지에 폭격을 가해 자신들이 분쟁에 휘말려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아랍 국가들이 특히 경계하는 것은 이란 체제 붕괴가 가져올 후폭풍이라고 분석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정권이 붕괴한 후폭풍으로 극단주의 세력이 확산하고 마약 밀수 등이 이어졌던 전례를 고려하면 이란이 혼란에 빠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난민 유입, 핵물질 통제 상실 등에 아랍권 전체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을 불안해 하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현지 매체들을 인용해 “아랍 국가들은 이란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란의 혼란으로 인한 결과가 역내 안정이 아닌 추가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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