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퇴직연금' 431조, 국민연금처럼 굴린다?

10년 수익률 2%대…83%가 원리금보장형에 방치
당정 "1월 중 기금화 방안 발표"…속도전 예고
선택권 침해·손실 책임 논란…사회적 합의 과제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퇴직연금 '기금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431조 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을 국민연금처럼 전문 기관이 통합 운용해 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내 돈을 왜 국가가 굴리느냐'는 반발도 거세다. 퇴직연금 기금화는 무엇이고, 왜 지금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것일까.

당정은 지난 7일 '2026 경제성장전략 당정협의'에서 퇴직연금 기금화를 핵심 의제로 다뤘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1월 중 실무당정과 고위당정을 거쳐 구체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기금화 논의의 출발점은 처참한 수익률이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7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은 2.31%에 그쳤다. 정기예금 금리(3~4%)보다 낮다. 은행에 그냥 맡겨두는 것만 못했다는 얘기다.

왜 이렇게 됐을까. 현행 퇴직연금은 '계약형'이다. 회사나 개인이 금융사와 계약을 맺고 직접 상품을 선택한다. 문제는 대부분이 원금 손실을 두려워해 예금 등 원리금보장형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전체의 83%가 여기에 묶여 있다. 지난해 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은 3.67%였지만, 실적배당형은 9.96%로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반면 국민연금은 전문가 집단이 장기 분산 투자로 운용한다. 지난해 15%의 역대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고, 1988년 이후 연평균도 6.82%다. 같은 노후 자금인데 수익률이 세 배나 벌어지는 셈이다.

'기금형'은 이 격차를 줄이자는 발상이다. 개인이 흩어져 운용하던 돈을 한데 모아 전문 기관이 굴리면 규모의 경제와 분산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2022년 도입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푸른씨앗'은 누적 수익률 21.43%를 기록했다.

다만 우려도 적지 않다. 퇴직금은 대법원 판례상 '후불적 임금'이다. 개인 재산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국가가 운용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다. 금융권도 431조 원이 기금으로 빠지면 수익 기반이 흔들린다며 반발하고 있다.

당정은 설 연휴(1월 28~30일) 전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기금화 추진 여부와 구체적인 운용 주체를 확정할 방침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수익률 제고라는 목표는 분명하지만 재산권과 선택권 문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당정협을 통해 방향을 잡되 사회적 공감대를 얻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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