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檢으로 넘어간 의혹…'벌금 수위' 놓고 깊어지는 고심 [러시아産 나프타, 우회 수입 파장]

원가 줄이려 3국 거쳐 수입 의혹⋯검찰 원산지 위반 정조준
'커머셜 탱크 나프타' 문제 삼아⋯NCC 6곳, 무더기 조사
업계 "러시아산 섞인 줄 몰라" vs 세관 "알고도 수입"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러시아산 나프타 우회 수입 의혹을 향한 사정 당국의 칼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기업의 생존을 뒤흔들 메가톤급 과징금 폭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초대형 악재가 덮친 형국이다. 관세청과 검찰은 국내 기업들이 튀니지, UAE 등 제3국을 거쳐 들어온 나프타가 실제로는 러시아산이라는 정황을 포착했다. 수년에 걸친 거래 내역 전체에 대해 위반이 확정될 경우 합산 벌금액이 조 단위를 넘어서게 된다. 대러 제재라는 국제적 공조를 무시할 수 없으나, 가뜩이나 고사 위기에 처한 국내 석화 산업에 징벌적 벌금을 부과할 경우 산업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세관 당국은 석화 업계의 러시아산 나프타 우회 수입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한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식적으로 2022년 7월 유럽연합(EU)에서 나프타로 분류하는 물질을 포함한 품목(HS코드 270112)과 관련해 러시아산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부산본부세관은 2024년 석화 업계를 대상으로 러시아산 나프타 우회 수입 의혹에 수사를 진행했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 중국 기업들이 값싼 러시아산 원료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자, 원가 절감을 위해 공격적으로 러시아산 원료 확보에 나섰다는 것이 배경이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로 플라스틱, 합성수지, 합성고무를 만드는 데 쓰인다. 나프타를 고온에서 분해하는 대규모 설비가 바로 나프타분해시설(NCC·Naphtha Cracking Center)이다. 정부가 문제를 삼은 것은 ‘커머셜 탱크 나프타’(Commercial Tank Naphtha)다. 커머셜 탱크 나프타는 정유사에서 선적돼 최종 사용자에게 판매되는 일반 상품이 아닌 상업 저장 탱크에 취합 후 판매되는 상품이다.

▲전남 여수 국가산단. (정진용 기자)

그동안 커머셜 탱크 나프타는 다양한 국가에서 나온 나프타를 섞어 중간 무역상사를 통해서 유통됐다. 중동 등 여러 국가의 나프타를 섞어 품질은 낮은 대신, 가격이 저렴하다. 석화 업계에서는 일부 물량에 러시아산이 섞여있을 수 있지만 최종 구매자는 특정하기 어려울 뿐더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관행적으로 구입해 왔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고의적으로 우회 수입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또 러시아산 수입 자체가 위법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당시 NCC를 운영하는 석화 기업들이 무더기로 조사를 받았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을 제외하고 LG화학, 롯데케미칼, SK인천석유화학 등 SK이노베이션 계열사, HD현대케미칼, 대한유화, 여천NCC 6곳이 모두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당국이 원산지 표시 위반을 문제 삼아 수입액 최고 40%의 벌금을 부과할 경우, 기업들은 각각 최대 수 천억원 대 벌금을 내야 한다. 여천NCC의 경우, 내부적으로는 벌금이 약 400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석화업계는 업황 침체 장기화로 강도 높은 구조개편이 진행 중인 만큼, 당국과 정치권에 선처를 토로하고 있다. 관세청 측은 “현재 수사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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