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금융당국 신경전의 비용, 금융권이 낸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 공공·유관기관 업무보고 명단에서 금융감독원이 빠졌다. 사실관계만 놓고 보면 하나의 절차적 선택이다. 다만 이 장면을 둘러싼 해석이 빠르게 확산됐다는 점은 그냥 넘기기 어렵다. 감독 체계와 관련된 신호에 금융권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곧바로 설명에 나섰다. 업무보고와 별개로 위원장과 원장 간 주례 회동이 이어지고 있고, 부위원장과 수석부원장·부원장 간 비공식 협의도 정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무보고 대상 여부와 관계없이 양 기관의 관계는 법에 명시돼 있으며, 다른 해석은 있을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금감원이 금융위로부터 감독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기관이라는 기존 구조를 다시 짚은 셈이다.

하지만 금융권의 반응은 설명보다 빠르다. 지난해 9월 금융당국 조직개편 논의가 불거졌을 때도 그랬다. 개편 논의가 이어지는 동안 금융회사들은 결정을 미루고 대기 모드에 들어갔고, 리스크 관리 기준은 한층 보수적으로 조정됐다. 감독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신호만으로 금융권은 숨을 죽였다.

그때의 기억은 아직 남아 있다. 조직개편 논의가 철회된 뒤에도 내부 동요와 시장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금융위와 금감원 내부에서 위상과 역할을 둘러싼 해석이 엇갈렸고, 금융권은 정책 신호를 읽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쏟았다. 불확실성은 늘 현장에서 먼저 체감된다.

이번 업무보고를 둘러싼 해석에는 최근의 맥락도 깔려 있다. 금감원 특사경 인지수사권과 수사심의위원회 구성 문제,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맞물린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 수장이 공개적으로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이 업무보고 명단에서 빠진 장면은 단순한 일정 조정만으로 읽히기 어렵다.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금융시장에 중요한 것은 금융당국 간 우열이 아니라, 감독 체계의 예측 가능성과 기준의 일관성이다. 소비자보호를 전면에 내건 금융당국일수록 주도권 경쟁을 뒤로 하고 안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지금 금융위와 금감원에 필요한 것은 힘겨루기가 아니라 시장을 안심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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