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7시 개장 추진에…금융투자업계와 갈등 국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제공=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가 주식시장을 ‘12시간 거래’ 체제로 재편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금융투자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소통 없이 업계 현실을 외면한 채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6월부터 오전 7시부터 거래할 수 있도록 프리마켓·애프터마켓을 신설한 뒤, 2027년 12월을 목표로 24시간 거래체계까지 구축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거래소는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30분) 외에 프리마켓(오전 7~8시)과 애프터마켓(오후 4~8시)을 운영할 계획이다. 오전 8시~9시는 정규장 개장을 위한 준비 구간으로 두고 거래를 중단해, 투자자 입장에서는 하루 12시간 동안 주식 거래가 가능해진다.

거래소는 거래시간 확대가 ‘글로벌 정합성’과 ‘유동성 방어’에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해외 주요 시장의 거래 흐름과 맞물려 국내 시장이 글로벌 시황을 더 빠르게 가격에 반영할 수 있고, 해외 투자자 유치 경쟁에서도 제도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해외에서는 거래시간을 둘러싼 경쟁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야간·연장 거래 확대 구상이 잇따라 나오고, 일부 플랫폼은 사실상 24시간에 가까운 주식 거래를 제공하며 개인투자자 접근성을 키우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이 국경 간 유동성 경쟁을 격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문제는 준비 과정이다. 증권사들은 거래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실질적인 인력·시스템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리스크 관리·모니터링 연장 △장중 민원 대응과 사고 처리 △전산 장애 대비와 야간 배치 △내부통제·준법 감시 강화 등 업무가 시간대별로 분절되면서 운영비가 급증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영업점·IT 인력이 제한적인 중소형 증권사일수록 비용 압박이 더 커질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실적 저하로 연결된다.

거래소는 보완책을 함께 제시했다. 노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국에 산재한 지점 주문은 제한하고, 본점과 HTS·MTS를 통한 주문으로만 처리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ETF 유동성공급자(LP) 역시 정규시장 외 시간대에는 선택적으로 참여하도록 해 증권사 부담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IT 개발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다각도로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냉담하다. 거래 비중이 이미 비대면 중심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지점 주문 제한’은 비용 절감의 핵심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대면 주문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체결·호가 관리, 시장감시 연계, 위험 한도 관리 등 백오피스 기능이 동반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ETF의 경우에도 LP가 선택적으로 참여하더라도 유동성이 얇아지는 시간대에는 스프레드 확대 등 시장 품질 저하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거래시간 연장은 단순히 ‘시계’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시장 인프라 전체의 재설계와 맞물린다. 프리·애프터마켓이 정규장과 분리 운영될 경우 가격 발견이 분절되고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유동성이 충분히 붙지 않으면 체결이 드문 구간에서 급격한 가격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거래소가 제시한 2027년 12월 ‘24시간 거래’ 목표 역시 남은 과제다. 결제·청산 체계와 예탁·대차·공매도 등 주변 인프라가 연동돼야 하고, 금융당국 규정 정비와 업계 공동 테스트가 필수다.

시장 경쟁력 제고라는 방향성에는 공감대가 있다. 다만 거래소가 ‘속도’에 방점을 두기보다, 시장 참여자와의 사전 조율을 통해 실효성 있는 설계와 부담 완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된 의견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업계에 통보한 것과 다름없다”면서 “ 단계별 로드맵과 비용 분담 원칙, 시장품질 지표에 대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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