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조세이 탄광 수몰자 DNA 감정 추진…경제ㆍ민생 협력도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 정상회담장에서 확대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정상회담에서 협력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배경에는 안보와 경제를 둘러싼 국제 질서의 급격한 변화가 있다. 글로벌 안보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통상 환경까지 요동치는 상황에서 유사한 대외 리스크에 직면한 한일 양국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인식이 공유됐다는 평가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두 정상은 한일 간 현안 관리와 함께 과거사 문제도 주요 의제로 테이블에 올려 조세이 탄광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인도적 차원의 협력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 '과거사 문제' 인도적 차원서 협력

두 정상이 회담 이후 채택한 공동언론발표문은 △경제·경제안보 분야 포괄적 협력 강화 △인공지능(AI) 구체적 성과 도출 위한 협력 심화 △초국가 스캠단지 대응 위한 협력 제도화 추진 △청년 세대·전문인력 간 활성화 등이 핵심이다.

주목할 대목은 조세이 탄광 문제를 포함한 과거사 현안에 대해 한일 양국이 인도적 차원의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양 정상이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희생 한국인의 신원 확인을 위해 DNA 감정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는 1942년 2월 3일 해저 갱도 붕괴로 발생해 강제 동원된 조선인 136명을 포함해 모두 183명이 숨진 참사다. 당시 일본 정부와 언론은 "대부분 구조됐다"며 피해 규모를 축소·은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은 동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감정을 추진하기로 하고 구체 사항에 대해서는 당국 간 실무적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과거사 문제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낼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 정상회담과 비교해 의미 있는 변화다. 앞서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과거사 문제가 논의됐었지만 민감성을 고려해 공동 언론발표문에는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이번에는 과거사 문제가 공개 합의의 형태로 언급되며 한일 관계가 갈등 관리 국면을 넘어 신뢰 회복과 관계 정상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AI 등 경제·민생 분야서 실질적 협력 강화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경제와 민생 분야 협력도 핵심 의제로 다뤘다. 양국은 경제 및 안보 전반에 걸친 협력 강화를 위해 관계 당국 간 협의를 개시하기로 했다. 지역과 글로벌 현안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날 국제 정세와 통상질서는 유례없이 요동치고 있으며 AI를 비롯한 기술 혁신은 우리의 삶과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면서 "양국이 교역 중심의 협력을 넘어 경제안보와 과학기술, 그리고 국제규범을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한 보다 포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양 정상은 AI와 지식재산 보호 등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심화시키기 위한 실무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사회 협력 분야에서는 지난해 출범한 ‘한일 공통 사회문제 협의체’를 통해 저출생·고령화, 국토 균형 발전, 농업과 재난 대응, 자살 예방 등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민생 과제에 대해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해 온 점을 평가했다. 앞으로도 지방 성장 등 양국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 나가기로 했다.

초국가 범죄 대응 분야에서도 제도적 협력 방안이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스캠 범죄를 비롯한 초국가 범죄에 대해서도 양국이 공동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우리 경찰청 주도로 발족한 국제공조 협의체에 일본이 참여하기로 했고 양국 간 공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합의문도 채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간 강조해온 인적 교류 확대는 경제·산업 협력과 연계된 과제로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청년 세대 간 교류의 양적·질적 확대 방안을 지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출입국 간소화, 수학여행 장려 등과 함께 현재 정보기술(IT) 분야에 한정돼 있는 기술자격 상호인정을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관심을 모았던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과 관련한 언급은 공동언론발표문에 담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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