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적 도움 받을 상대 있다’ 응답한 고령층 36.2%

1인 가구 1000만 명 시대, 혼자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구조 속에서 보험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사망보험금을 연금처럼 나눠 생전에 받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는 보험의 축이 사후 보장에서 생전 소득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13일 금융당국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이달 2일부터 전 생명보험사로 확대돼 본격 시행됐다. 금융위원회 주도로 지난해 10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KB라이프 등 5개 생보사가 1차로 유동화 상품을 출시했으며 당시 유동화 대상 계약은 41만4000건, 가입금액 기준 23조1000억 원 규모였다. 이후 제도가 전 생보사로 확산되면서 대상은 약 75만9000건, 가입금액 35조4000억 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사망 시점에 일시금으로만 지급되던 사망보험금을 보험계약자가 생전에 일정 기간 나눠 수령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계약자는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감액하는 대신 최소 2년 이상 연금 형태로 매년·매월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은퇴 이후 국민연금 수령 전후로 발생하는 소득 공백 구간의 생활비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제도 도입 후 8영업일 동안 605건이 접수됐고, 초년도 지급액은 총 28억9000만 원이다. 1건당 평균 지급액은 연 477만 원으로, 월 환산 시 약 39만8000원 수준이다. 신청자 평균 연령은 65.6세였고, 유동화 비율은 평균 89.2%, 지급 기간은 평균 7.9년으로 집계됐다. 상당수 계약자가 유동화 비율을 높이고 지급 기간을 상대적으로 짧게 설정하면서 단기 생활비 확보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현금흐름 중심 수요는 노년 1인가구 증가와 맞닿아 있다. 보험개발원이 발간한 ‘2025 KIDI 은퇴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고령자 가운데 ‘금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대가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36.2%에 그쳤다. 실제 경제적 부양을 받는 고령층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노후 지출 구조 역시 일시금보다 지속적인 현금흐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리포트에 따르면 고령층은 나이가 들수록 전체 소비지출 규모는 감소하는 반면, 의료비 지출 비중은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노후 재무 리스크가 한 번의 큰 지출보다 매달 이어지는 생활비와 의료비 부담에 집중돼 있다는 뜻이다.
공적연금만으로는 이러한 구조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도 확인된다. 국민연금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노령연금 수급자의 소득대체율은 약 22% 수준에 그쳤다. 국민연금만으로는 은퇴 이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때문에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특히 혼자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고령 1인가구에게 체감도가 높은 제도로 평가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게 유불리를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정부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서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셈”이라며 “개인의 소득 구조와 자산 상황, 가족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활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0년대 초반 종신보험이 확산될 당시에는 외벌이·다자녀 가구에서 소득 상실 위험이 컸지만, 현재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연령을 넘기면서 사망에 따른 소득 상실 충격이 과거만큼 크지 않다”며 “노후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면 주택 유동화와 마찬가지로 사망보험금 역시 현금흐름 확보 수단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