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들어 코스피가 인공지능(AI) 랠리를 축으로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코스피 4600시대를 열었지만, 시장의 '큰손' 기관투자자들은 오히려 반도체 투톱을 던지며 역발상 행보를 보이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초(1월 2일~9일) 기관투자자가 코스피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 종목 1위는 삼성전자로 나타났다. 기관은 이 기간 삼성전자 주식을 약 1조5978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AI 메모리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 역시 3373억 원의 매도 우위를 기록하며 기관의 차익 실현 리스트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두 종목의 주가가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연일 고점을 높여가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개인이 '포모(FOMO,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쫓겨 추격 매수에 나선 것과 달리, 기관은 철저히 비중 축소와 차익 실현을 통해 '다음 국면'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관의 이 같은 움직임이 '과도하게 높아진 눈높이'에 대한 경계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가 올라온 것은 다 반도체 중심의 실적 전망 상향 덕분이지만, 시장의 기대치가 커질수록 이를 충족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법"이라며 "실적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구간이 오면 주가는 지지부진해지기 쉽다"고 분석했다.
특히 공매도 잔고가 12조 원을 넘어서고, 개인 투자자의 신용잔고가 28조 원을 돌파하는 등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환경에서 기관이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는 평가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 역시 실적 전망의 정체 가능성을 경고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강세장을 이끈 동력은 반도체 업종의 실적 전망 상향이었다"며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 부담이나 효용 저하로 인해 실적 전망치의 상향 수정이 멈추는 시기가 오면 시장은 큰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관이 반도체에서 뺀 자금은 이제 실적 전망이 유효하면서도 이벤트와 호재가 몰린 바이오나 조선, 방산, 원전 관련 종목으로 몰리고 있다.
실제 기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순매도하면서 같은 기간 한화오션(2094억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1921억 원), 현대모비스(1384억 원), 셀트리온(1355억 원), LIG넥스원(1242억 원), 현대차(850억 원), HD현대중공업(842억 원), 한국항공우주(746억 원) 등 종목을 쓸어 담았다.
결국 지수가 4600선에 육박한 구간에서 기관의 매도는 하락장 신호라기보다,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새로운 성장 섹터를 찾는 '전략적 순환매'로 풀이된다.
김영환 연구원은 "다들 좋다고 생각할 때 따라가는 입장에서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구간"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