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설명 없이 군무원 호봉 재획정 거부…法 "위법"

"구체적 사유 없는 거부 통보, 이유제시의무 위반"
"소송 중 뒤늦은 설명도 '하자 치유' 안 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조소현 기자 sohyun@)

군무원 호봉 재획정 신청을 거부하면서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국방부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진현섭 부장판사)는 국방출판지원단에서 근무 중인 군무원 A 씨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군무원호봉재획정신청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국방부가 지난해 2월 A 씨에게 내린 호봉 재획정 신청 거부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도 국방부가 부담하도록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국방부가 주관한 일반군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해 군무원으로 임용됐다. 임용 전에는 민간분야에서 편집, 신문광고 디자인, 광고기획 등 출판·디자인 관련 업무를 장기간 수행한 경력이 있었고, 현재 담당하는 직무 역시 해당 경력과 유사하다고 판단해 2023년 9월 국방부에 호봉 재획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2024년 8월 내부 심의 결과 신청이 기각됐다는 취지의 답변을 구두로만 전달했을 뿐, 문서로 된 처분이나 구체적인 거부 사유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후 A 씨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자, 국방부는 지난해 2월에야 '민간 근무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통보서를 발송했다.

법원은 이 같은 절차가 행정절차법이 정한 이유제시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행정절차법 23조 1항은 행정청이 처분을 할 경우, 당사자가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해야 하며, 그래야만 당사자가 불복 여부를 판단해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처분 통보서에는 민간 근무 경력을 미인정하기로 했다는 결론만 기재돼 있을 뿐, 호봉경력 평가 심의회가 언제 열렸는지, 어떤 이유로 경력이 인정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전혀 없다"며 "원고로서는 처분 근거와 이유를 알 수 없어 불복 절차를 진행하는 데 상당한 지장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방부가 소송 과정에서 뒤늦게 거부 사유를 설명했더라도, 이유제시의무 위반이라는 절차적 하자를 치유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 사건 소송 계속 중 지난해 9월 준비서면을 통해 원고의 호봉 재획정 신청을 거부한 이유와 근거를 상세히 밝혔다"며 "설령 그로 인해 원고가 처분의 이유와 근거를 알게 됐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이유제시의무 위반이라는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에는 절차적 위법이 있으므로, 실체적 위법 여부 등에 관해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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