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금융의 다음 승부처는 ‘기술 경쟁’이 아니라 ‘인프라 경쟁’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누가 더 빠르고 안전하게 전통 금융과 디지털 금융을 잇는 표준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발표한 ‘2026년 글로벌 디지털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디지털 금융이 올해를 기점으로 또 한 번의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설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토큰화와 스테이블코인을 축으로 한 디지털 금융 인프라가 전통 금융과의 경계를 빠르게 허물고 있으며, 결제·청산·담보관리 등 금융의 핵심 기능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레일’ 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활용도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씨티은행과 소시에테제네랄 등 주요 글로벌 은행들이 국경간 레포(Repo·RP) 거래에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면서 지난 한해 동안 스테이블코인 결제 규모는 전년대비 87% 급증한 약 9조 달러에 달했다. 현금과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한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예금은 이제 단순 실험 단계를 넘어 전통 금융의 유동성 관리 방식까지 바꾸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게 무디스의 평가다.

효율성 측면에서는 비용 구조 변화가 두드러진다. 토큰화 발행과 프로그램형 결제는 결제 지연과 조정 비용을 줄여주고, 실시간 정산은 자금·거래상대방 리스크를 낮춘다. 무디스는 디지털 채권 발행시 기조 플랫폼 대비 연간 30~40bp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5년 만기 디지털 채권의 발행·관리 비용은 최대 132bp까지 낮출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이러한 효과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규제 정합성과 표준화된 인프라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환경도 빠르게 정비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싱가포르, 홍콩,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주요 금융 허브의 규제 체계가 점차 수렴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디지털 금융을 도입할 수 있는 보다 명확한 경로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변화로 꼽혔다.
문제는 리스크다. 스마트컨트랙트 취약점, 오라클 오류, 사이버 공격 등 기술 리스크가 자산 보관과 결제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가별 규제 차이로 블록체인·토큰화 플랫폼의 파편화가 심화될 경우, 오히려 운영 리스크와 거래비용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무디스는 “향후 시장은 결국 효율성과 보안성, 그리고 전통 금융과의 상호운용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인프라로 수렴될 것”이라며 “규제된 스테이블코인과 기관 중심의 하이브리드 블록체인 모델이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