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상질서, 자원안보에 요동
韓, 반도체ㆍ배터리 산업 대응 필요
中 희토류 조치 석 달만 가도 日 GDP 0.11%↓
트럼프 탐내는 그린란드…매장량 中과 비슷
“중국 수출통제시 자유로운 나라 없어”

중국이 대만 문제를 빌미로 일본에 ‘희토류 무기화’ 보복 카드를 꺼내 들면서 동북아 공급망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자원 안보의 신대륙’으로 점찍고 군사 옵션까지 시사하며 패권 전쟁에 불을 붙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원료와 일본산 소재 사이에서 한국의 반도체·배터리 산업 역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본지 취재 결과 한국의 희토류 대중 의존도는 여전히 절대적이지만, 정부 비축량은 목표치에 턱없이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정세의 파고 속에서 무방비로 노출된 한국 산업계의 ‘자원 안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광해광업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평균 국가 핵심 광물의 비축 일수는 68.5일로 집계됐다. 영구자석 희토류의 정부 비축 목표치는 180일로, 비축량이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 미·중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해 초 희토류 재고분이 한 달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희토류와 영구자석에 수입 제한이 발생하면 한국 자동차 부품 산업은 수출액의 24.2%, 이차전지는 10.8%가 감소하는 등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정제 공급망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일본은 2024년 기준, 전체 희토류 금속 수입 6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한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만약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석 달 동안 통제할 경우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0.11%, 1년간 이어지면 0.43%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의 성격을 띠고 있어 한국도 영향권에 들어 있다. 중국은 자국산 물자가 제3국을 거쳐 일본으로 유입되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혀 한국 기업이 중국산 원료로 제조한 중간재를 일본에 수출해도 제재 대상이 된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차, 풍력발전기, 반도체, 방산 장비 등 다양한 산업에 폭넓게 사용되는 희귀 금속이다. 각 제품당 들어가는 희토류는 스마트폰 0.04g, 전기차 1㎏ 등 소량이 그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용 비중이 아니다. 희토류가 없으면 제품을 완성할 수 없다. 광물업계 관계자는 “희토류에서 특정 원소를 추출할 때 심각한 환경 오염이 발생할 수 있어 전 세계에서 희토류 정제·추출이 가능한 국가는 사실상 중국이 유일하다”면서 “미국, 일본, 한국뿐만이 아니라 중국이 수출 통제에 나서면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국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영유권에 집착하는 배경에도 ‘희토류 패권’이 자리 잡고 있다. 덴마크·그린란드지질조사국(GEUS)에 따르면 그린란드의 희토류 매장량은 약 3610만t(톤)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매장량 3분의 1 수준으로, 중국 매장량과 유사하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반복적으로 드러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