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김범수·정몽준도 '조 단위' 가세, 이재용 삼성물산 증여로 지배력 강화
원익 이용한 회장, 지주사 급등에 수익률 500% 기록…중견 그룹 '반란'

국내 대기업 집단을 이끄는 총수들의 주식 지형도가 1년 만에 완전히 재편됐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AI발 랠리, 그리고 기업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맞물리면서 주요 그룹 총수들의 주식 가치가 35조 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국내 최초 '주식 재산 30조 원 시대'를 목전에 두며 독보적인 1위 자리를 굳혔다.
5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2025~2026년 주요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 현황'에 따르면, 조사 대상 45개 그룹 총수의 주식 가치는 지난해 초 57조8801억 원에서 올해 초 93조 3388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사이 무려 35조4587억 원(61.3%)이 증발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치솟은 것이다.
시장 전체의 훈풍 속에 조사 대상 총수 45명 중 41명(91.1%)의 주식 재산이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이는 코스피 지수 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치로, 핵심 우량주를 보유한 총수들에게 자산 쏠림 현상이 심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부신 성적표를 거둔 인물은 단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 회장의 주식 가치는 작년 초 11조9099억 원 수준이었으나, 하반기 반도체 턴어라운드 흐름을 타고 급등해 현재 25조8766억 원을 기록 중이다. 1년 만에 재산이 117% 이상 폭증한 셈이다.
이 회장의 자산 증식은 삼성전자(7.3조 원 증가), 삼성물산(4.9조 원 증가), 삼성생명(1조 원 증가) 등 이른바 ‘삼성 트리오’가 견인했다. 특히 지난 2일 모친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삼성물산 주식 180만여 주가 더해지며 자산 규모가 더욱 커졌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현재 7만~8만 원 선인 삼성전자 주가가 17만~18만 원 수준에 도달한다면, 한국에서도 30조 원대 주식 갑부가 탄생하게 된다"며 "삼성의 실적 개선 속도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회장의 뒤를 이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주식 부호' 2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서 회장의 주식 재산은 10조4308억 원에서 13조6914억 원으로 3조2600억 원가량 늘었다. 셀트리온그룹의 통합 법인 출범과 바이오 시밀러의 글로벌 시장 확대가 주가에 반영된 결과다.
카카오의 김범수 창업자와 HD현대의 정몽준 최대주주 역시 나란히 2조 원 이상의 자산 증식에 성공했다. 이 외에도 현대차 정의선 회장, SK 최태원 회장, 하이브 방시혁 의장, 효성 조현준 회장 등 주요 대기업 수장들이 1조 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거두며 ‘조 단위 클럽’의 자존심을 지켰다.
수익률 측면에서 가장 의외의 인물은 이용한 원익 회장이었다. 이 회장의 주식 재산은 지난해 초 1297억 원에서 올해 7832억 원으로 503.7%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핵심 계열사인 원익홀딩스의 주가가 2800원대에서 4만7000원대로 무려 1600% 가까이 수직 상승한 덕분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자인 원익의 기술력이 재평가받으며 지주사 가치가 현실화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총수들의 자산 급증은 단순한 주가 상승을 넘어 상속·증여를 통한 지배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AI, 바이오, 에너지)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026년 새해에도 이러한 '부의 집중' 현상이 이어질지 투자자들의 시선이 총수들의 입과 손에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