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교 게이트'라는 거센 파도가 덮쳤지만 부산 야권의 닻은 여전히 전재수 의원에게 내려져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을 둘러싼 의혹이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했지만, 부산 정가(政街)의 밑바닥 기류는 중앙과는 사뭇 다르다. 도덕성 리스크보다 '대체 불가'라는 냉엄한 현실론이 더 강하게 작동하는 형국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부산 진영 내부에서는 전 의원을 사실상 유일한 차기 부산시장 후보로 꼽는 시각이 압도적이다. 각종 의혹 제기에도 지지율은 견고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를 대신해 불리한 판을 뒤집을 중량급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형평성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태균 게이트로 기소된 상황에서도 출마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마당에, 수사를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전 의원의 출마를 봉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는 단순한 변명이 아니라 정치권의 이중 잣대에 대한 문제 제기다. 같은 수사 대상이라도 야당 후보는 용인되는데 여당 후보는 도덕성 잣대로 배제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라는 질문이다. 오히려 선거 본격화 전에 악재를 조기 소화하는 것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전략적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하지만 결론은 명확하다. PK(부산·경남)는 민주당에 '동토(凍土)'와 같은 험지다. 보수 성향이 뿌리 깊은 이 지역에서 민주당은 역대 선거마다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2대 총선에서 부산 유일 생존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전 의원의 상징성은 절대적이다.
전 의원은 단순히 '당선된 의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부산에서 민주당이 여전히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당초 민주당은 전 의원을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의 간판으로 내세워 지방선거 반전을 꾀해 왔다. 해수부 이전은 부산 시민들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고, 전 의원은 이를 주도한 주역으로 각인돼 있었다.
장관직 사퇴라는 돌발 변수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전재수"라는 회귀 본능이 작동하는 배경에는 이런 맥락이 있다. 부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카드가 그 외에는 없다는 절박함이 당내 전반에 깔려 있는 것이다.
부산시당 관계자는 "논란 이후에도 바닥 민심이 요동치거나 지지율이 급락하는 징후는 없다"며 "시민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전재수는 돌아온다'는 기대 심리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의혹이 크게 부각되지만, 정작 부산 현지 유권자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냉정하다는 것이다.
박재호 전 의원과 이재성 전 위원장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판을 흔들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냉정하게 뒤따른다. 박 전 의원은 1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됐고, 이 전 위원장은 지명도와 정치적 경험에서 전 의원에 비해 한참 밀린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박 전 의원은 "부산에서 민주당은 늘 고전했지만 전재수는 반응이 달랐다"며 "당내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유일한 인물로, 그는 변수가 아닌 '상수'다"라고 못 박았다.
'상수'라는 표현은 의미심장하다. 전 의원의 출마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전제 조건이 됐다는 뜻이다.
지도부 역시 방어막을 치고 있다. 박성현 더민주 부산혁신회의 대표는 "한·일 해저터널을 반대해 온 전 의원과 통일교 자금을 연결하는 건 논리적 모순"이라며 의혹 차단에 주력했다. 통일교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오랫동안 주장해 온 단체다. 그런데 전 의원은 정치 경력 내내 이 사업을 반대해 왔다. 따라서 그가 통일교로부터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이는 단순한 변론이 아니라 사실관계에 기반한 반박이다. 정치적 입장이 정반대인 단체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민주당은 이 지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의혹이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씌우려 하고 있다.
물론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수 성향이 짙은 부산에서 '의혹'은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부산은 도덕성과 청렴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준이 유독 엄격한 곳이다. 특히 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초기엔 괜찮다고 봤지만 갈수록 불안하다"는 일부 당원들의 우려는 무시하기 힘들다. 의혹이 장기화될 경우 '이미지 타격'이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다.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통일교와 연루됐다'는 인상 자체가 선거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3선급 장관 출신'이라는 체급을 대체할 인물이 전무하다는 '인물''이 이런 불안감을 덮고 있다. 전 의원의 복귀를 전제로 한 경선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다. 당내에서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승산 있는 카드를 버릴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국민의힘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전 의원이 복귀할 경우 지지층 결집으로 오히려 파괴력이 커질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이는 역설적으로 전 의원의 정치적 위상을 인정하는 발언이다.
의혹을 뚫고 복귀하면 '정치 탄압을 이겨낸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고, 이것이 오히려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위기를 돌파한 정치인'에게 동정표와 결집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형준 부산시장 측 역시 공개적 언급을 자제한 채 야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섣부른 공격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박 시장으로서는 전 의원이 출마하든 말든, 일단 자신의 시정 성과를 부각하며 재선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의 관건은 수사의 결론 그 자체보다 '전재수 이후'를 상상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지금까지의 흐름만 놓고 보면 부산 야권은 여전히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하고 있다.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카드, 전재수.
그의 정치적 귀환 여부가 부산 정치 지형의 균열을 가늠할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만약 전 의원이 무혐의 처분을 받고 당당히 복귀한다면, 부산 지방선거는 예상보다 박빙의 승부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기소되거나 의혹이 장기화된다면, 민주당은 대안 없이 선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부산 정치의 향방은 이제 법정과 여론의 교차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재수라는 한 사람의 운명이 곧 부산 야권 전체의 운명이 된 아이러니한 상황. 그만큼 부산 민주당의 인재 풀이 얇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 의원 개인의 정치적 입지가 그만큼 독보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