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은, 녹색금융 심사 강화… 배제ㆍ보호기준 신설

4조 규모 ‘녹색경제활동 지원자금’ 신설… 금융위 녹색여신지침 반영
심사 때 ‘환경·사회 리스크’ 검증 의무화…‘배제·보호 확인서’ 내야
문턱 높아져 中企 부담 우려…154조 공급 목표 '속도조절' 불가피

한국산업은행이 올해부터 은행 자체 재원으로 운용해 온 녹색금융 상품 3종을 하나로 통합하고 대출 심사 기준에 ‘배제·보호 기준’을 신규 도입한다. 녹색여신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산은이 내세운 녹색금융 공급 목표 달성에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산은은 올해 1분기부터 자체 재원으로 운용하던 △KDB탄소스프레드(저탄소생태계·2024년 운용규모 2조5000억 원) △에너지전환 자금(7800억 원) △친환경사회조성 자금(6000억 원) 등 3개 녹색저리대출상품을 통합해 ‘(가칭)녹색경제활동 지원 자금’을 신설할 방침이다. 핵심은 약 4조 원 규모로 운용되는 이 통합 상품에 ‘배제·보호 기준’을 녹색 적합성 심사 요건에 추가하는 것이다.

다만 기후대응기금 등 정부 재원으로 운용되는 △KDB탄소 넷제로 프로그램 △KDB탄소 스프레드(탄소감축) 등 2종은 통합 대상에서 제외된다.

개편 배경에는 금융위원회의 ‘녹색여신 관리지침’이 있다.금융위는 2024년 12월 해당 지침을 통해 은행이 취급한 여신을 ‘녹색여신’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의 4대 기준인 △활동 기준 △인정 기준 △배제 기준 △보호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IBK기업은행과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미 이 기준을 모두 반영해 녹색여신 심사 프로세스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금융위 지침에 따르면 4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여신은 당국의 ‘녹색여신 잔액’ 산정 시 실적에서 제외된다. 산은으로서는 지침 준수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논란 차단을 위해 자체 상품에도 심사 기준 강화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조치가 산은의 녹색금융 공급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의 ‘2024 ESG 소개서’에 따르면 녹색금융 공급 실적은 2022년 16조4000억 원, 2023년 19조6000억 원, 2024년 22조9000억 원으로 매년 증가해 왔다. 이 실적에는 산은이 자체 재원으로 집행한 녹색 여신과 투자도 포함돼 있다.

올해부터는 자체 상품군에 새로운 심사 허들이 생기면서 대출 승인 과정이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기존과 달리 차주 기업은 녹색 프로젝트에 환경·사회적 리스크가 없음을 입증하는 ‘배제 기준 및 보호 기준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해당 확인서는 기업이 관련 법규를 위반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서약하는 절차다. 내부 녹색 검증 체계가 미비한 중소·중견기업에는 심리적·행정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해 영업점 녹색금융 공급 실적을 주요성과지표(KPI)로 반영하고, 2030년까지 154조 원의 녹색금융을 공급하겠다는 산은의 중장기 목표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에 비해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이 녹색금융 지원 대상에서 소외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는 “심사 기준 강화는 불가피한 흐름이지만 복잡한 입증 서류를 준비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며 “준비되지 않은 기업들이 자금 시장에서 배제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컨설팅과 함께 전환금융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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