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올해 도시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수주가 대형 건설사로 급격히 쏠리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민간 분양시장 위축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지속되자 조합과 금융권이 사업 안정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고 그 결과 대형사로 발주 물량이 집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총액은 48조665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27조8701억 원) 대비 74.7% 증가한 규모로 2022년(42조936억 원)을 넘어 역대 최대 실적이다.
올해 수주 판을 키운 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양강 체제다. 현대건설은 11개 도시정비사업지에서 10조5105억 원을 수주하며 업계 최초로 ‘연 수주 10조 원’을 돌파했다. 서울 압구정2구역 재건축(2조7498억 원)을 비롯해 개포주공 6·7단지, 장위15구역 등 1조 원 이상 대형 사업장을 잇달아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
삼성물산도 공격적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한남4구역 재개발(1조5695억 원)을 시작으로 신반포4차 재건축,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 여의도대교 재건축 등을 연이어 따내며 9조2388억 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당초 10조 원 수주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남을 수 있겠지만 전년(3조6398억 원) 대비 154% 늘어난 수치로 삼성물산이 과거 최고로 꼽아온 2006년 기록(3조6556억 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GS건설이 6조3461억 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3조1098억 원)보다 올해 수주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했다. 포스코이앤씨는 5조9623억 원을 기록했다. 상반기에만 5조 원 이상을 수주하며 역대 최고 흐름을 보였지만 중대재해 발생 이후 신규 수주를 잠정 중단하며 기세를 연말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이외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이 4조8012억 원, 대우건설은 3조7727억 원, DL이앤씨는 3조6848억 원, 롯데건설은 3조3668억 원을 수주하며 3조 원 이상의 수주고를 기록했다.
한편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종합 서비스 기업 전환 등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정비사업 비중을 낮추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 지난해 1조5794억 원 규모의 정비사업을 수주했던 현대엔지니어링도 연초 안전사고 여파로 신규 주택 수주 사업을 중단하면서 올해 정비 수주 실적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선 대형 정비사업일수록 대형 건설사에 수요가 몰리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분석한다. PF 위기 이후 금융권과 조합, 공공 발주처가 리스크에 민감해지면서 사업이 흔들리지 않는 선택이 대형사로 수렴됐고 그 결과 정비사업에서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비 수주가 늘어난 것은 시장이 살아난다기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조합과 금융권이 안전한 선택에 집중한 결과”라며 “사업지에 따라선 사실상 참여 가능한 건설사가 제한되는 흐름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