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창구 닫히자 매각으로 길 트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 매각
MBK파트너스-홈플러스 사태로 PEF 감독 강화
상장 이후까지 관리…투자자 중심 엄격 실사 유도

사모펀드운용사(PE)들이 기업공개(IPO) 대신 매각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올해 증시 흐름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금융당국이 IPO 과정에서 책임을 대폭 강화하면서 상장 리스크가 커진데다 원하는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최근 UBS와 삼일PwC를 매각 주간사에 선정하고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연내 IPO를 목표로 기업가치 제고와 내부 정비 등 상장 준비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모바일 및 IT 기기 패널 등에 사용되는 특수필름 업황 침체로 상장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고 보고 경영권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는 SKC의 특수필름사업부가 모태로 2022년 SKC가 물적분할한 뒤 한앤컴퍼니에 매각한 기업이다.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지난해 매출 4448억 원, 상각전영업이익 (EBITDA) 1213억 원으로, EBITDA 마진율이 25%를 웃도는 높은 수익성을 가졌다.

실적 악화로 IPO가 무산되고 분리 매각으로 전환하는 흐름도 포착된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보유한 단비교육은 상장 추진과 맞물린 비용 집행 등 IPO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코로나 기간 활황이었던 온라인 교육 시장이 엔데믹과 함께 흔들리면서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현재 이투스교육의 자회사 단비교육에 대한 분리 매각을 추진 중이다.

앞서 이투스교육과의 통매각 시도가 무산된 후 떼어내 매각하는 방안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모회사 이투스교육이 단비교육의 지분 52.4%를, 나머지 지분은 벤처캐피탈과 창업자, 경영진 등이 보유 중이다. 단비교육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2년 각각 1080억 원, 280억 원에서 지난해 671억 원, 순손실 153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IPO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IPO를 추진 중이던 대어(大漁)였다. 실제 수요예측 단계까지 갔지만, IPO 구주매출 물량의 대부분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LLH(엘엘에이치)의 보유 지분으로, 물류 업황이 좋지 않음에도 FI의 엑시트를 위해 상장을 추진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IPO가 엎어지자 투자 계약상 상장 실패에 따른 풋옵션(상환청구권) 부담이 커졌고, 결국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각각 14.04%, 3.65%의 지분을 되사는 사실상 매각 수순을 밟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해당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롯데 측과 주가수익스왑(Price Return Swap, PRS)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70% 넘게 상승하는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증시가 완전히 얼어붙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 같은 전환의 핵심 원인을 금융당국의 상장 문턱 강화에서 찾고 있다. 여기에 이른바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사태 이후 사모펀드(PEF)에 대한 감독이 전반적으로 강화되면서, 지배구조와 투자자 보호에 대한 당국의 눈높이가 높아지자 IPO 부담이 한층 커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금융당국은 상장·주관·심사 업무에 참고할 수 있도록 상장 시 제출하는 증권신고서와 상장 이후 정기보고서에 반복적인 추정 실패 사유를 6개 유형으로 구분한 체크리스트를 마련했다. 또 괴리율의 전망까지 기재하도록 추가하는 한편, 주관사별 괴리율 비교 공시를 통해 투자자 중심의 엄격한 실사의무 이행을 유도할 계획이다.

다만 새해에는 PEF 포트폴리오사에서도 증시 입성을 준비하는 후보군이 늘어날 전망이다. K뷰티 호황이 이어지면서 화장품 브랜드 외에도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을 중심으로 상장 수요가 재차 커졌고, 그레이스와 아시아비엔씨 등 유통 전문 기업들도 증시 입성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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