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속 ‘채용 대신 관망’ 전략 확산
AI 도입 본격화도 채용 확대에 악영향
이직률도 급감…노동시장 경직 심화돼

미국 기업들이 내년 경영계획을 공개하는 가운데 채용 확대는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있어 새해에도 채용 한파가 지속될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예일대 경영대학원이 최근 뉴욕 맨해튼에서 개최한 최고경영자(CEO) 행사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6%는 내년에 인력을 감축하거나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채용을 늘리겠다고 답한 비율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인력파견업체인 ‘켈리서비스’의 크리스 레이든 CEO는 “당분간은 (인력 채용을) 지켜보자는 기조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사람보다는 자본에 대한 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직사이트 ‘인디드’ 소속 경제 분석가들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로라 울리히 인디드 경제연구책임자는 “내년엔 미미한 수준의 채용 증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 실업률은 4.6% 수준을 유지하는 등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WSJ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 쇼피파이와 핀테크 업체 차임 파이낸셜 등은 직원 규모를 지금의 수준에서 유지할 것이란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제프 호프마이스터 쇼피파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미 지난 2년간 현재와 비슷한 규모의 인원을 유지해왔고, 내년에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 한해 일부 업종에서는 고용이 늘어났지만, 화이트칼라 노동시장에서의 고용 한파가 심해지고 있다고 WSJ은 보도했다. 아마존, UPS, 타깃 등 여러 대기업 역시 지난 수개월간 사무직 인력을 줄여왔다.
이처럼 미국 기업들의 전략은 ‘더 뽑지 않고 버티면서 기술로 대체하자’로 요약할 수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인공지능(AI)으로 인력을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며 자연스럽게 채용을 보류하게 되는 것이다.
맨해튼 CEO 모임에 참석한 크리스토퍼 윌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제로 수준의 일자리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건강한 노동시장의 상황으로 볼 수 없다”며 “내가 이야기해본 대부분의 CEO는 AI가 어떤 일자리를 언제부터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향방을 파악하기 전까진 채용을 최대한 늘리지 않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기업들의 분위기는 추가 인력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기업들의 채용 중단이 단기적 현상에 그칠지, 아니면 구조적인 시장 변화의 신호탄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용 시장이 얼어붙으며 근로자들의 이직률도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IBM의 자발적 이직률은 통상적으로 7% 수준이었는데 최근엔 2%로 줄어들었다고 WSJ은 짚었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CEO는 “사람들이 이직하려는 의지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덜 떠나게 되고 자연스럽게 채용도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