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이 아닌 전환”… 해수부 부산시대, 항만을 넘어 국가 해양 전략의 중심으로

▲부산 해수부 청사 (연합뉴스 )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하며 공식 개청식을 연 것은 단순한 중앙부처 주소 이전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해양 정책의 축을 수도권에서 동남권으로 옮기는 구조적 전환이며, 부산을 국가 해양 전략의 실질적 컨트롤타워로 끌어올리는 신호탄이다.

지난 23일 부산 동구 해수부 청사에서 열린 개청식과 대통령 업무보고를 기점으로 정부는 '해수부 부산시대'를 공식 선언했다. 이와 함께 제시된 청사진은 분명하다. '부산항 3.0'을 통해 세계 1위 항만으로 도약하고, 북극항로를 포함한 글로벌 해양 질서 변화의 주도권을 부산이 쥐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부산항은 이미 세계 해상 물류의 핵심 거점이다. 2024년 기준 컨테이너 물동량은 2440만TEU로 세계 7위, 환적 물량은 세계 2위다. 정기 컨테이너 노선 역시 세계 4위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허브 항만의 위상을 갖췄다. 그러나 해수부의 판단은 명확하다. ‘현재의 위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산항의 진화 전략은 단계적으로 설계돼 있다. 개항장 중심의 북항(1.0), 환적 허브로 성장한 신항(2.0)을 넘어, 앞으로는 진해신항을 중심으로 한 세계 1위 항만 체제(3.0)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40년까지 12조6379억 원을 투입해 컨테이너 부두와 방파제, 배후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한다.

특히 이번 구상의 핵심은 '규모 확장'이 아니라 '운영 혁신'에 있다. 해수부는 진해신항을 단일 운영체계 기반의 피지컬 AI 스마트항만으로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신항 역시 난립한 터미널 운영 구조를 단계적으로 통합해 효율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항만 간 경쟁이 아닌, 항만 내부의 협력 체계를 통해 세계 항만 질서의 최상단으로 올라서겠다는 계산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열린 개청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수부 부산 이전의 의미는 항만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행정·사법·금융·산업 기능을 아우르는 '해양수도권' 조성을 공식 과제로 올려놓았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동남권을 국가 성장의 또 하나의 축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해수부는 내년 상반기 '해양수도권 육성 전략(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성범 해수부 차관은 “해수부 부산 이전은 출발점에 불과하다”며 "공공기관과 해운기업 이전, 북극항로 개척 등 후속 국정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부산이 단순한 '항만 도시'를 넘어 대한민국 해양 정책의 결정과 집행이 동시에 이뤄지는 도시로 재편될 것임을 예고한다.

김택영 부산 미래도시생명포럼대표는 "유로메디테라네(Euroméditerranée) 프로젝트를 통한 프랑스 마르세유 모델처럼 해양물류기업의 본사이전과 해양금융 보험, 해양연구기관, 스타트업 클러스터를 항만 배후에 축적시키는 도시기능 재배치를 통해 부산을 세계적인 항만도시로 성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만은 인프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과 정책, 자본이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항만은 도시의 미래가 된다.

해수부 부산시대는 이제 막 문을 열었다. 관건은 이 흐름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국가 공간 전략의 전환점으로 밀어붙일 정치적 의지와 실행력이다. 부산이 진정한 ‘해양수도’로 도약할 수 있을지, 그 성패는 지금부터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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