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치 정국 계속…‘2차 종합특검·필리버스터 제한’ 격랑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을 연이어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이 연말 국회에서 남은 쟁점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여야 대치 정국이 한층 격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확보한 입법 동력을 새해까지 이어가겠다는 기조지만, 국민의힘은 “입법 독주”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30일 열릴 가능성이 있는 본회의에서 추가 쟁점 법안 상정을 검토 중이다. 2차 종합특검법과 함께 필리버스터 요건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 이른바 ‘필리버스터 제한법’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연말을 넘기며 민주당 주도의 입법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민주당이 가장 먼저 검토하는 카드 중 하나는 필리버스터 제한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이다. 재적 의원 5분의 1 이상(60명 이상)이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무제한 토론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107석인 국민의힘은 장시간 필리버스터를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민주당은 이 법안이 향후 개혁 입법 과정에서 반복될 수 있는 야당의 지연 전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장치라는 입장이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24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필리버스터를 제안한 정당이 자리를 지키지 않는, 그 정당이 발의하고 여야 합의한 법안까지도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이상한 모습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필리버스터 제한 논의에 불을 붙인 계기는 23일 본회의였다.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을 둘러싼 필리버스터 도중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에게 사회를 요청했지만, 주 부의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파행이 빚어졌다. 우 의장은 당시 “이런 비정상적인 무제한 토론은 없어야 한다”고 공개 비판했다. 다만 조국혁신당이 “필리버스터는 소수 의견을 보호하는 장치”라며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어 법안 처리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22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오른쪽 두번째)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왼쪽 두번째)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송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 원내대표,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연합뉴스)

연말 정국의 또 다른 뇌관은 특검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전날 “통일교 특검과 2차 종합특검을 가급적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처리하도록 모든 당력을 기울여달라”고 원내에 특별 지시했다.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가 발의한 2차 종합특검법은 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한다는 명분 아래 총 14개 항목을 추가 수사 대상으로 담았다.

민주당은 통일교 특검 역시 연내 처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특검 추천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크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지난번 국민의힘이나 법원에서 주장했던 법무부가 내란전담재판부를 추천할 때 수사하는 주체가 판사를 구성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을 했는데, 이번에는 재판할 주체가 검사를 임명하는 안”이라며 “상당히 무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여야가 각각 1명씩 추천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경우 대통령이 민주당 추천 후보를 임명할 수 있어 ‘사실상 여당 특검’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선 헌법재판소나 변협, 민변 등에 추천권을 주자는 대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수사 범위를 두고도 충돌이 이어진다. 민주당은 2022년 대선 당시 통일교와 국민의힘의 유착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교 특검은 2022년 대선 과정에서 자행된 국민의힘의 ‘쪼개기 정치후원금 수수 의혹’과 ‘민원 청탁 의혹’의 실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천정궁에 갔나, 안 갔나. 국민은 궁금해한다. 나 의원도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특검 대상에 포함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 전·현직 인사 관련 의혹도 포함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교 관련 2018년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는 2025년 12월 31일에 만료된다”며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때 ‘공소시효 만료’를 들어 속전속결을 주장했지만, 통일교 특검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재명 정권 사법부파괴 국민 입틀막 악법 규탄대회'를 하는 가운데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설상가상으로 연말을 넘기면 전선은 더 넓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새해부터 법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 법원행정처 폐지, 퇴임 대법관 전관예우 근절법 등 사법개혁 입법을 줄줄이 추진할 계획이다. 정 대표가 취임 전부터 사법개혁을 핵심 과제로 내세워온 만큼, 새해 첫 본회의가 열리는 1월 중하순부터 입법 드라이브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처리 과정에서부터 강하게 반발해 온 만큼, 관련 법안이 다시 본회의에 오를 경우 필리버스터와 장외 여론전을 병행하며 “사법부 흔들기”이자 “입법 폭주”라는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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