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팹 재편…고부가 공정 전환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의 핵심 가스시설 인프라를 손보며 현지 팹 현대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노후 공정을 단계적으로 개편해 첨단 반도체 생산 역량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애플 등 미국 내 주요 고객사와의 장기 협업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풀이된다.
25일 본지 취재 결과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생산법인 SAS(Samsung Austin Semiconductor)는 최근 현지에 있는 팹(FAB)2에서 ‘사플루오린화규소(SiF4) 가스 분배 시스템’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SAS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FAB2 내 약 298㎡ 규모 공간에 새로운 SiF4 가스 캐비닛 1기와 클린서브팹(CSF) 내 반도체용 가스 분배 장치(VMB) 1기를 신규 설치한다. 전체 공사비는 375만 달러로, 내년 1월 15일 착공해 같은 해 6월 15일 완공할 예정이다.
SiF4는 플라즈마 식각(RIE) 공정에 쓰이는 핵심 특수가스로, 미세 선폭을 구현하는 나노 패터닝에 필수적이다. 인공지능(AI) 칩과 이미지센서(CIS) 등 고부가 반도체 공정에서 활용도가 높아 가스 공급 안정성과 공정 정밀도를 좌우하는 설비로 꼽힌다. VMB는 특수가스 공급라인을 장비별로 분기·차단·모니터링하는 장치로, 고순도 가스를 여러 공정 장비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단순한 노후 설비 보수 차원을 넘어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오스틴 팹의 생산 체질을 재편하는 신호로 보고 있다. 특히 가스 인프라는 첨단 공정 전환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오스틴 팹에 약 19억 달러(약 2조8000억 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첨단 반도체 장비 도입과 시설 리모델링을 통해 1996년 가동 이후 노후화된 공장을 단계적으로 현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오스틴 팹은 향후 애플의 차세대 CIS 생산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CIS는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디지털 이미지를 구현하는 반도체로,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함께 1/2.6인치 초광각 CIS를 공동 개발 중이며, 해당 센서는 2026년 출시 예정인 아이폰18 및 그 이후 모델에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가스시설 인프라 리모델링은 이 같은 고사양 공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공정 신뢰도를 높여 고객사 요구에 대응하고 중장기 생산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정책 환경도 우호적이다. 미국 오스틴 시의회는 지난달 오스틴 팹을 ‘텍사스 엔터프라이즈 프로젝트’ 대상에 포함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해당 제도는 텍사스주 내 기업의 신규 투자와 고용 창출에 대해 세금 환급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현지 투자 부담을 일부 낮출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 투자와 별도로 텍사스주 테일러 지역에서도 신규 파운드리 팹을 건설 중이다.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하며, 이곳에서 최근 테슬라로부터 수주한 자율주행 칩 AI5와 AI6 칩을 2nm(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공정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설비 투자는 첨단 공정 전환의 핵심 인프라 강화로, 삼성전자가 오스틴 팹을 장기적으로 고부가 공정을 맡길 전략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신호”라며 “미국 내 고객사와의 협업 확대와 현지 투자 지속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