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의무화, 중소기업 컨설팅 확대·보호 장치 필요" [금융배출량 민낯]

금융위, 2026년 ESG 공시 기준·로드맵 확정
대기업부터 단계적 의무화 전망
중소기업·금융권 부담 가중…정부 지원책 요구
허위 공시 리스크도 부각…세이프하버 등 완충 장치 필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금융당국이 내년 초 확정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기준과 로드맵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탄소배출량 산정 체계 정비와 감독 리스크 대비 등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비용 증가를 우려한 산업계 반발과 인프라 부족 문제가 큰 만큼 의무화 초기에는 '세이프 하버'(일정 기간 면책 조항) 도입 등 완충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ESG 공시 의무화와 관련해 유관기관 등에 의견을 조회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르면 1월 말 금융위의 구체적인 방안이 공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ESG 공시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포함한 관련 지표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다. 내년 초 기준과 로드맵이 마련될 경우 준비 기간을 거쳐 2~3년 내 일정 자산 규모 이상의 상장 대기업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및 공시 의무화가 적용될 전망이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속도는 더디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1월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CSRD)을 발효한 데 이어 같은 해 7월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ESRS) 채택까지 마쳤다. 올해 11월 규제 완화 움직임이 일부 있긴 했지만 여전히 가장 적극적인 ESG 공시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도 올해 3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전면 도입해 2027년부터 시가총액 3조 엔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공시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는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기업을 시작으로 ESG 공시가 단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내년 초 공시 기준이 마련되더라도 일정한 준비 기간을 거쳐 2027년 회계연도 성과를 기준으로 2028년부터 의무 공시가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협력업체를 포함한 공급망 전반의 배출량을 산정하는 '스코프(Scope) 3' 공시 역시 산업계 부담을 고려해 추가 유예기간이 부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 필요한 인프라와 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장기적 지원책이 ESG 공시 제도의 안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평가했다.

박용진 KIS자산평가 ESG사업본부장은 "향후 스코프3까지 공시 의무가 적용될 경우 공급망 전반의 배출량 데이터가 필요해지는데 중소·중견 협력사의 준비가 미흡하면 대기업의 공시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구조"라며 "정부가 배출량 산정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무료 컨설팅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최저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컨설팅 구조는 서비스 품질에 한계가 있다"며 "1대1 매칭 방식이 아닌 바우처 형태의 재정 지원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배출량 공시가 다른 산업군보다 먼저 의무화될 가능성이 커 더욱 신속한 대응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이 움직여야 산업 전반이 움직인다는 점에서 금융배출량 공시는 빠른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어 "금융위 등에서 구축 중인 플랫폼 데이터를 활용하더라도 우회적인 산정 방식이라는 이유로 허위 공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세이프 하버와 같은 보호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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