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시선] 탐욕이 지워버린 천륜, 상속을 노린 부산 '존속살해' 사건

▲법무법인 청률 최병일 변호사 (사진제공=법무법인 청률)

최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선고된 이른바 ‘상속 목적 존속살해’ 사건은 우리 사회에 깊은 충격을 남겼다.

사망한 형의 재산을 독식하기 위해 선순위 상속인인 아버지를 살해한 30대 남성에게 징역 27년이 선고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남성이 이미 사망한 형의 살해 혐의로도 추가 기소돼 있다는 점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진 범죄라는 사실은 사건의 비극성을 더욱 키운다. 재산을 둘러싼 갈등은 흔하지만, 그 끝이 존속살해로 이어진 사례는 인간의 탐욕이 어디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혈연이라는 최소한의 윤리마저 무너진 순간, 가족은 더 이상 보호막이 되지 못했다.

형법은 이러한 범죄를 단순 살인과 구별해 다룬다. 형법 제250조 제2항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경우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 효 사상을 넘어, 부모의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가 현대 사회에서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라는 사회적 합의를 반영한 조항이다.

재판부는 범행의 동기와 수법, 결과를 종합해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극히 높다고 판단했다. CCTV 사각지대를 이용해 옷을 갈아입고, 아버지가 연락되지 않는다는 거짓말로 주변을 속이는 등 범행 전후의 치밀한 행태는 우발적 범죄가 아닌 계획범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엄중한 형량은 그에 대한 사법적 응답이었다.

이 사건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민법상 '상속결격' 제도가 지닌 상징성이다. 피고인은 형이 사망한 뒤, 아버지가 상속을 포기하거나 상속권에서 배제될 경우 자신이 형의 재산을 차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혼이고 자녀가 없는 형의 경우, 상속 순위는 부모에게 돌아간다. 이를 제거함으로써 재산을 손에 넣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민법 제1004조는 고의로 직계존속이나 피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를 상속결격자로 규정한다. 즉, 아버지를 살해한 순간 그는 아버지의 상속인은 물론, 형의 재산에 대한 잠재적 상속 지위마저 모두 상실한다. 탐욕으로 저지른 범죄가 결국 단 한 푼의 재산도 남기지 않는다는 냉혹한 법의 인과응보가 작동한 셈이다.

실무 현장에서 마주하는 상속 분쟁은 결코 드물지 않다. 증여를 둘러싼 소송, 유산 분배를 둘러싼 형제자매 간 다툼, 부모의 재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가족 관계를 단절시키는 사례까지, 돈 앞에서 가족이 무너지는 장면은 반복돼 왔다. 유언이나 사전 합의가 없는 사망은 상속인들을 경쟁 구도로 몰아넣고, 가족을 남보다 못한 관계로 전락시키기도 한다.

이번 사건은 극단적 사례이지만, 그 뿌리는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상속 갈등과 맞닿아 있다. 생전에 유언이나 합리적인 재산 분배 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단순한 재산 관리 차원을 넘어, 남겨질 가족의 관계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법전의 문장은 차갑다. 그러나 그 법이 지키고자 하는 본질은 인간의 존엄과 가족이라는 공동체다.

탐욕으로 허물어진 울타리는 어떤 재산으로도 다시 세울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상속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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