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 업무방식 전환 심리적 저항 부딪혀
음성인식 엔진 '아미보이스', 보조 도구로 규정
리스크 기피ㆍ보수적 국민성 설득하고 증명
"한일 협력, 亞 AI생태계 구축 시너지 낼 것"

일본에서 인공지능(AI)은 기술적 완성이 아닌 ‘사회적 허가’의 대상이었다. 아날로그 업무 관행과 리스크 기피 문화에 가로막힌 일본 시장에서 어드밴스드미디어는 단순한 기술 확산을 넘어, 보수적인 사람들을 설득하고 리스크를 증명해 내는 ‘신뢰의 여정’을 견뎌야 했다. 어드밴스드미디어는 의료나 지방자치단체 등 아날로그의 벽이 가장 높은 곳을 AI 음성 기술로 뚫어낸 일본의 AI 개척자로 불린다.
1997년 회사를 설립한 스즈키 기요유키 회장은 열악한 PC 성능과 네트워크가 AI의 발목을 잡던 시절, 기술이 아닌 ‘인간’에 집중했다. 키보드나 마우스라는 인위적 도구를 넘어, 사람이 가장 자연스럽게 세상을 움직이는 수단인 ‘음성’에서 미래 비즈니스의 인터페이스를 발견한 것이다. 어드밴스드미디어가 음성인식을 중심 기술로 삼은 출발점이다.
오오야나기 신야 어드밴스드미디어 이사 겸 사업본부장은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일본에서의 AI 인식 수준을 ‘사회적 합의’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현장의 과제를 직접 해결해 도입 장벽을 낮추고, 높은 도입 효과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AI의 만능성을 강조하기보다 ‘무엇을 하지 않는지’를 솔직하게 설명하는 것이 보수적인 일본 시장의 신뢰를 얻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어드밴스드미디어는 AI 음성인식 엔진 ‘아미보이스(AmiVoice)’를 기반으로 솔루션·프로덕트·서비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핵심 사업은 콜센터용 AI 음성인식 솔루션으로, 응대 품질 향상과 고객 만족도 제고, 업무 효율화, 매출 증대 등을 목표로 한다. 일본 내 다수의 대형 콜센터에 적용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소프트뱅크 콜센터에 도입돼 운영 중이다.
이 밖에 회의록 작성과 속기 자동화를 위한 ‘VoXT One(복스트 원)’을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기업·단체에 제공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음성 입력을 통한 전자차트 작성, 판독 리포트 작성 등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제조·물류 현장에서는 작업 지시와 기록을 음성으로 처리하는 지원 솔루션도 운영 중이다.

1997년 이후 일본 음성 인식 시장에서 축적해 온 방대한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화 속도와 억양, 액센트 차이에도 대응할 수 있는 높은 인식 정확도를 강점으로 삼고 있다. 의료·금융·제조 등 전문 용어가 많은 산업에서도 직종별로 음성 인식 엔진을 세분화해 적용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매출은 2022년 3월기 약 44억 엔에서 2026년 3월에는 약 80억 엔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의료 현장은 AI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강한 분야 중 하나다. 전문직의 역할을 침해할 수 있다는 불안, AI 판단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 기존 업무 방식이 바뀐다는 심리적 저항이 동시에 존재했다. 오오야나기 본부장은 “그래서 우리는 의료 음성인식 솔루션을 진단 기술이 아니라 기록 보조 도구로 명확히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판단을 대신하지 않는다는 점, 최종 결정은 반드시 의사가 한다는 점을 반복해서 설명했다”며 “이 전제가 무너지면 어떤 기술도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설득 방식 역시 감각이나 기대가 아니라 숫자였다. 기록 시간 단축, 잔업 감소 같은 효과를 수치로 제시했고, 트라이얼을 통해 직접 체감하게 했다.
어드밴스드미디어의 기술 전략은 글로벌 빅테크와는 결이 다르다. 구글이나 아마존이 범용 음성인식 API를 중심으로 확장성을 키워왔다면, 이 회사는 처음부터 기업 간 거래(B2B) 현장 특화를 택했다. 오오야나기 본부장은 “범용 기술로는 일본 시장을 뚫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그는 “의료라고 해도 방사선과 기술자와 조제약국 약사가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은 전혀 다르다”며 “각 직무에 맞는 음성인식 엔진을 개별적으로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안 역시 일본 시장에서 AI 도입의 중요한 요소다. 어드밴스드미디어가 지난해 콜센터 업무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발표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요약 생성과 질문·답변 추출 등의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 구조를 채택했다. 오오야나기 본부장은 “일본 기업들은 여전히 클라우드 전환 자체에 강한 심리적 장벽을 느끼고 있다”며 “보안과 책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기술은 문 앞에서 멈추게 된다”고 지적했다.
빅테크 중심의 거대 담론에 휘말리기보다 일본이 가장 잘하는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오오야나기 본부장은 “범용 AI나 거대 플랫폼과 정면으로 경쟁하는 것은 일본 기업에 맞지 않는다”며 “일본의 산업 구조와 언어, 현장 특성에 맞는 기술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어는 문법과 경어 체계가 복잡해 글로벌 모델에서 인식 정확도가 떨어지기 쉽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일본어에 최적화된 고정밀 언어 처리 기술은 여전히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드밴스드미디어는 현재 일본을 넘어 중국, 대만, 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향후 동남아시아를 거쳐 유럽과 미국 시장까지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7년 3월기 기준 매출 100억 엔 달성이 중장기 목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거론된다. 오오야나기 본부장은 언어 모델과 검색에서 확고한 기반을 갖춘 네이버와 생확 밀착형 서비스에 AI를 결합하는 카카오를 높게 평가했다. 반도체 기술과 AI를 연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AI 서비스 기업인 솔트룩스와 셀바스AI 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아시아발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라며 “경쟁보다는 협력이 더 큰 성과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