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일본은행, 기준금리 0.75%로 30년래 최고치⋯인상 사이클 지속 명시

▲일본은행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1개월 만에 0.25%포인트(p) 인상했다. 높은 인플레이션, 달러 대비 엔화 약세, 그리고 실질임금 하락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이와 함께 앞으로도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함께 제시했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전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0.75% 정도로 0.25%p 상향 조정했다. 0.75%는 1995년 9월 이후 3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책위원 9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인상 결정이 이뤄졌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이를 시작으로 그해 7월 기준금리를 0∼0.1%에서 0.25%로, 올해 1월에는 0.5%로 각각 올렸다. 이번 인상 결정은 22일부터 적용된다.

시장은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널리 관측됐다. 블룸버그가 설문 조사한 경제학자 50명 전원이 이번 금리 인상을 점쳤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도 1일 강연에서 “완화의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것은 일본 경제를 장기적으로 성장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필요하다”면서 인상 신호를 보냈었다.

블룸버그는 “금리 인상 결정은 일본은행이 10년 넘게 추구해온 안정적인 물가상승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상의 주요 배경으로 고물가를 꼽고 있다. 1달러당 엔화값이 155엔 대에 머무르면서 수입 물가가 높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기준금리를 올리면 미·일 금리 차가 줄어들면서 엔저를 완화하는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관세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애초 예상보다 제한적이며, 올해에 이어 내년 봄철 노사 임금 협상(춘투)에서도 임금 인상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 것도 금리 상향 조정 결정을 뒷받침했다.

10월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기존에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물가 상승 문제를 최대 현안으로 꼽은 만큼 인상을 용인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행은 정책금리가 0.75%에 이르더라도 금융 환경은 여전히 완화적이며, 경기와 물가 상승을 뒷받침하는 효과는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명문에는 물가 변동을 고려한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에 대해 “큰 폭의 마이너스가 지속하며, 경제 활동을 확실히 지원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의 속도와 최종 도달 수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향후 정책 운용과 관련해 “실질금리가 극히 낮은 수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물가 전망이 실현될 경우 정책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금융 완화의 정도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은행은 경기를 과열시키지도 냉각시키지도 않는 중금리 수준을 1.0~2.5%라고 설명해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내년에 약 0.4%p 추가 인상을 반영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다수의 시장 참가자들이 6개월에 한 번꼴의 인상 속도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무라 다로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의 결정문은 금리가 ‘여전히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금리가 일본은행이 중립금리 하단으로 추정하는 1%에 근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표현”이라며 “이는 일본은행이 중립금리를 더 높게 보고 있음을 시사하며, 추가 긴축 여지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하루미 다구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금리 인상은 오래전에 이뤄졌어야 했다”며 “성명을 보면 경제와 물가가 예상대로 전개될 경우 금리를 계속 인상하겠다는 일본은행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이는 추가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번 결정은 우에다 총재 체제에서 처음으로 정책위원 전원이 찬성한 금리 인상이었다. 앞선 두 차례 회의에서는 9명의 위원 중 2명이 금리 동결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이 밖에 지난 30년간 일본의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자리 잡은 ‘엔화 빚투’(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위기를 맞을 거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도쿄발 자본 흐름 재편으로 세계 주식ㆍ채권ㆍ가상자산 시장에 큰 충격을 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도 맞서고 있다.

한편 우에다 총재는 이날 오후 3시 30분에 이번 금리 결정 배경에 대해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향후 금리 인상 방침을 어떻게 제시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다구치 이코노미스트는 “총재 기자회견의 핵심은 우에다가 중립금리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하느냐가 될 것”이라며 “다만 중립금리는 정확히 특정하기 어려운 개념이기 때문에, 단정적인 발언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