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조지호 경찰청장 ‘파면’…9인 재판관 전원일치

탄핵 소추 1년만…12‧3 비상계엄 심판 모두 종결

한국 헌정사 첫 경찰청장 탄핵 심판

“민주주의‧권력분립 원칙 중대 위반
헌법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 엄중”
“法 위반, 파면 정당화할 만큼 중대”

‘세 차례 항명’ 주장…전부 배척당해

헌법재판소가 18일 조지호 경찰청장을 파면했다. 12·3 비상계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탄핵 소추된 지 1년 만이다. 우리 헌정사 최초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 심판 청구로 관심을 모았다.

▲ 조지호 경찰청장이 지난해 12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앞서 조 청장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연수원에 경찰을 배치했다는 이유로 작년 12월 12일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됐다. 같은 해 11월 9일 전국 노동자 대회 과잉 진압도 소추 사유에 포함됐다.

헌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재동 대심판정에서 조 청장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을 열고, 9인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국회 측 탄핵 소추를 인용했다. 파면 효력은 즉시 발생해 조 청장은 헌재 결정과 동시에 직위를 잃었다.

헌재는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통제한 피청구인 행위는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지시를 실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의 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되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등 헌법상 권한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 청사 및 선거연수원 경찰 배치에 대해서도 “위헌‧위법한 계엄에 따라 선관위에 진입한 군을 지원해 선관위의 직무 수행과 권한 행사를 방해해 선관위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피청구인 행위는 그 자체로서 대의 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반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도 엄중하다”며 “피청구인의 법 위반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 18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 심판 선고 기일에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한 재판관들이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장, 대통령 지시 그대로 따르는 것 아냐”

헌법‧법률 따라 국민 보호하도록
경찰 직무수행 지휘‧감독할 책무

헌재는 특히 “경찰청장은 단순히 대통령 등의 지시를 그대로 집행하는 지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휘‧감독하는 경찰의 직무 수행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할 권한과 책무를 가진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청장의 법 위반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이 중대하여, 침해된 헌법 질서를 다시 회복하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하여야 할 정도로 경찰청장이 법 위반행위를 통하여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 사유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조 청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치적 상황을 타개할 의도로 실행한 비상계엄과 포고령(제1호) 위헌‧위법성을 인식하고도 오히려 자신의 지휘 하에 있는 경찰들을 동원해서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하고, 경찰 조직 전체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을 상황을 초래했다는 게 헌재 입장이다.

이에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은 일치된 의견으로 “경찰 직무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수행될 것이라고 믿어 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묵묵히 보이지 않는 희생과 봉사에 전념해 온 경찰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는 피청구인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질타했다.

재판관들은 “피청구인의 법 위반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해악이 중대하여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청구인을 경찰청장직에서 파면한다”고 결정했다.

▲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지호 경찰청장이 올해 4월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조 청장은 △안전가옥 회동 후 공관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점 △국회의원 등에 대한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의 위치 확인 요청과 대통령 윤석열의 체포 지시를 거부한 점 △포고령 발령 이후에도 국회의원들이 월담하는 것을 막지 않아 이 사건 계엄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세 차례 항명’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청장은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주요 임무 종사 혐의 등으로 올해 1월 구속 기소됐다. 혈액 암을 앓고 있는 그는 같은 달 법원의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붙인 석방) 허가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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