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국내 첫 IMA 출시…‘모험자본 엔진’ 시동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최초로 종합투자계좌(IMA) 상품을 내놨다. 발행어음에 이어 IMA까지 잇따라 시장에 안착시키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의 핵심축을 가장 먼저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첫 IMA 상품 출시로 모험자본 공급 엔진에 시동이 걸리면서 자본시장의 새 자금 통로가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국내 첫 IMA 사업자로서 1호 IMA 상품을 출시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IMA는 증권사가 고객 예탁금을 모아 기업대출, 회사채, 인수금융 등 기업금융 자산에 투자한 뒤 운용 성과를 고객에게 배분하는 원금 지급 의무형 실적배당 상품이다. 예금자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투자 손실은 증권사가 부담해 만기 시 원금을 지급한다.

이번 1호 상품은 2년 만기의 폐쇄형 구조로 설계됐다. 최소 가입금액은 100만 원이며, 1인당 투자 한도는 없다. 판매는 오는 23일까지 진행되며, 영업점과 홈페이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실적배당형 상품인 만큼 사전에 확정된 수익률은 없지만, 시장에서는 연 4% 안팎의 수익률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발행어음 1위 경험…IMA에서도 ‘선두 효과’

한국투자증권이 첫 IMA 사업자로 주목받는 배경에는 압도적인 발행어음 운용 경험이 있다. 3분기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19조 원으로, 나머지 사업자인 KB증권(11조 원), NH투자증권(9조 원), 미래에셋증권(8조 원)을 크게 웃돈다. 발행어음 시장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하고, 가장 빠르게 소진해 온 셈이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의 운용능력은 이미 업계에서 인정받는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9832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엔 발행어음을 기반으로 한 투자 운용도 수익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런 경험이 IMA 운용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어음은 단순히 많이 찍는다고 되는 상품이 아니라, 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릴 수 있는 기업금융 역량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IMA 자금은 기업대출, 회사채, 인수금융 등 현금흐름이 비교적 안정적인 기업금융 자산을 중심으로 운용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일반 개인투자자가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비상장·사모 영역의 대체투자 자산에도 분산 투자해, 원금 안정성과 초과수익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조달 여력 확대…모험자본 7조 공급 가능

IMA 출시는 단순한 신상품을 넘어 모험자본 공급 확대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종투사는 발행어음과 IMA를 통해 자기자본 3배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3분기 말 기준 별도 자기자본은 한국투자증권이 10조5000억 원으로 새 조달 한도를 적용하면 한국투자증권은 최대 31조5000억 원까지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이미 조성된 발행어음 잔액을 제외하더라도 두 회사의 추가 조달 여력은 10조 원이 넘는다. 종투사는 IMA와 발행어음으로 확보한 자금의 25%를 모험자본으로 의무 투입해야 하는데, 단순 계산만으로도 한국투자증권만 최대 7조 원이 넘는 모험자본 공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모험자본은 벤처·중소·중견기업과 신기술 기업에 투입되는 성장 자금이다. 그동안 정책금융이나 벤처캐피털(VC)에 의존했던 영역에, 증권사를 통한 대규모 민간 자금이 유입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머니무브 촉발하나

수익률 측면에서도 IMA는 경쟁력이 크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2~3% 수준에 머무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 상품은 원금 지급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4%대 수익을 추구한다. 예금 대비 두 배 가까운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원금 지급형 상품인 셈이다. IMA 투자수익은 배당소득으로 분류돼 예금인 이자소득과 마찬가지로 수익금에 대해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이 때문에 IMA가 본격 확산하면 은행 예·적금을 머니무브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 도입 이후 은행에서 수익성이 높은 증권사로 이동한 자금은 1조 원을 넘어섰다. IMA는 금융상품 판을 뒤흔드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1호 상품을 시작으로 고객군과 만기, 위험 수준을 세분화한 IMA 상품군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IMA는 단순한 신상품이 아니라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을 연결하는 생산적 금융 인프라”라며 “발행어음 1호에 이어 IMA 1호 사업자로서 시장을 키우고 기준을 만드는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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