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미국 관세 불확실성 등도 영향
젊은층 선호도 급변화에 전략 재정비 필요성도

미국 소비재 기업들이 스포츠 팀이 감독을 교체하는 것만큼이나 빠르게 수장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는 실적 부진,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 그리고 젊은 쇼핑객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면서 이사회가 과거보다 훨씬 조급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식품가공 기업 크래프트하인츠는 16일(현지시간) 켈라노바(옛 켈로그)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업계 베테랑 스티브 캐힐레인을 새 CEO로 선임했다.
이번 크래프트하인즈의 인사는 지난주 글로벌 식음료 기업 코카콜라, 화장품 유통사 코티, 요가복 제조사 룰루레몬이 CEO를 교체한 데 이어 나온 결정이다. 이들은 이미 올해 수장을 바꾼 유니레버, 네슬레 등 기라성 같은 소비재 기업의 행렬에 합류했다.
헤이드릭앤드스트러글스의 킴 포모엘 파트너는 “CEO는 시장의 모든 변화에 반응하고 적응해야 한다”며 “목표를 충분히 빠르게 달성하지 못하고 변화에 즉각 반응하지 못하면서 이사회가 조급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사회는 또한 투자자와 언론의 강화된 감시 속에 더 빠른 실적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카네기인베스트먼트카운슬의 리서치 디렉터 그레그 홀터는 “투자자와 이사회는 즉각적인 결과를 원한다”면서 “소셜미디어가 만들어낸 ‘지금 당장 원한다’는 문화 탓”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글로벌 CEO 교체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임원 서치 업체 러셀레이놀즈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전 세계적으로 176명의 CEO가 새로 부임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9% 증가한 수치다. 러셀 레이놀즈는 보고서에서 “높은 CEO 교체율은 지속적인 혼란과 불확실성 속에서 전략적 장합성을 유지하려는 이사회의 의지와 강화되는 주주 행동주의를 반영하는 현대 기업 지배구조의 특징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령 푸마는 2022년 말 임명했던 아르네 프로인트를 올해 4월 전략 실행에 대한 견해 차이를 이유로 교체했다. 프리미엄 주류 기업 디아지오는 투자자 신뢰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데브라 크루 CEO를 취임 2년 만인 7월 교체했다.
이러한 변화 중 일부는 개별 경영진의 성과 탓이기도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수에즈 운하 사태와 같은 공급망 혼란 등 거시 경제적 과제들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밀레니얼과 Z세대 고객을 중심으로 한 급격한 소비자 선호도 변화는 기업들로 하여금 예측 불가능한 고객 취향에 맞춰 전략을 재정비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룰루레몬은 알로요가, 뷰오리 같은 경쟁 브랜드들이 트렌디한 스타일, 유명인 마케팅, 경쟁력 있는 가격을 앞세워 젊은 층을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신세대 공략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이 밖에 일부 CEO의 퇴진은 기업 내부의 개별적 사안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네슬레의 로랑 프릭스 CEO는 부하 직원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 뒤 9월 물러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