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물가 들썩…한은 "내년 2% 중반 가능성"

▲서울 시내의 한 마트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내년까지 1470원 안팎의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초중반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7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내년 환율이 현재 수준을 지속하면 물가 전가 효과가 커질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한은이 지난달 제시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2.1%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2.1%에서 10월과 11월 2.4%로 반등했다. 한은은 긴 추석 연휴에 따른 여행 수요 증가로 개인 서비스 가격이 급등한 데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상승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했다. 세부적으로는 환율 상승 요인이 0.1%포인트(p), 기상 악화 등 기타 요인이 0.2%p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산된다.

품목별로는 11월 농산물·축산물·수산물이 모두 5% 넘게 뛰었다. 한은은 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농산물은 출하 확대와 정부 대책으로, 축산물은 공급 증가와 연말 할인 행사 등에 힘입어 상승 폭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 변동에 따른 품목별 영향도 언급됐다. 수입 쇠고기 가격 상승으로 축산물에 환율 효과가 일부 반영되고 있으며 수입 비중이 높은 고등어와 오징어 등 수산물 가격 변동성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석유류는 최근 환율과 정제마진 상승으로 가격이 올랐으나 유가 하락에 따른 원재료 비중 축소로 환율 민감도는 낮아진 상태다. 환율이 추가 상승하지 않는다면 내년 초부터는 점차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다.

향후 물가 흐름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말 환율과 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이달부터 반영되면서 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석유류는 내년 1월, 농축수산물은 3월까지 기저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 1분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목표 수준인 2%에 근접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겨울철 이상기후나 가축전염병 발생 등은 농축수산물 가격을 자극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