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내 금융회사들의 자본성 증권 조달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보험·증권사 등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규모가 전년 대비 크게 늘었고, 금융채 발행 잔액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자본건전성 관리를 강조하는 가운데 규제 자본비율 부담과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요건이 맞물리며, 금융회사들의 자본 확충 수요가 채권시장으로 집중되는 모습이다.
16일 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은행·보험·증권사 등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규모는 42조978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2조80억 원) 대비 큰 폭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금융채 발행 잔액도 686조582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채 잔액은 2020년 533조 원에서 지난해 639조 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금융회사들의 자본성 증권 발행 확대는 자본 확충 필요성이 커진 영향이 크다. 은행·금융지주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비롯해 보통주자본비율(CET1), 기본자본비율(Tier1) 등 핵심 자본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한다. 대출 확대와 투자 증가로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면 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어, 금융회사들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을 보강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시장에서는 실제로 증액 발행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4월과 10월에 각각 4000억 원 수준의 원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9월에는 신한지주(4000억 원), iM금융지주(2000억 원)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했고, 앞서 8월 하나금융지주도 4000억 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 증액 발행을 결정했다.
보험사는 제도 변화에 따른 자본 확충 압력이 더 크다. 금융당국이 금융 리스크에 대비해 최저 자기자본 규모 충족을 요구하는 가운데, 보험사에는 2023년 도입된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이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로 적용된다. 보험사는 킥스 도입 이후 자본건전성 지표를 맞추기 위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자본성 증권 발행을 늘려왔다. 자본성 증권을 통해 자금 조달과 자본 확충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도 보험사의 발행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사들도 공격적으로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들의 자본 확대는 초대형 IB 사업 인가 요건의 영향이 크다. 대신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자 진입을 염두에 두고 최근 한 달 사이 약 4000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결정했다. 이번 조달을 통해 대신증권은 초대형 IB 요건인 자기자본 4조 원을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지정을 대기 중인 NH투자증권도 자본성 증권 발행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 7월 6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신사업 대비 자본 확충에 나선 바 있다.
시장에서는 금융회사들의 자본성 증권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본의 질적 저하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자본성 증권 발행이 늘수록 시장의 공급 부담이 커지고, 기관 투자자 수요와의 균형이 중요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으로는 최근 금리 수준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금융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 확대가 이어질 경우 발행 조건이 까다로워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