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 FTA 개선협상 타결⋯전기차·K푸드 수출 문턱 낮아졌다

英 고속철 시장 개방 및 엔지니어 비자 요건 완화 성과

▲경기 평택시 평택항의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브렉시트(Brexit) 이후 체결됐던 한영 자유무역협정(FTA)이 4년 만에 대폭 개선됐다.

우리 주력 수출품인 전기차와 K-푸드의 원산지 기준이 완화돼 관세 혜택을 받기 쉬워졌고, 영국 고속철도 시장 진출의 길이 열렸다.

산업통상부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크리스 브라이언트 영국 산업통상부 통상담당장관과 만나 ‘한영 FTA 개선 협상’을 타결하고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양국은 2021년 한영 FTA 발효 이후 변화한 통상 환경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총 6차례의 공식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번 개선 협상은 단순한 관세 철폐를 넘어 공급망 안정화, 디지털 무역 등 신통상 규범을 대거 도입하고 우리 기업의 실질적인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협상의 최대 성과는 수출 현장의 걸림돌이었던 '원산지 기준' 완화다.

특히 영국 수출의 효자 품목인 자동차(관세 10%) 분야에서 숨통이 트였다. 기존에는 완성차의 부가가치 55% 이상이 한국이나 영국에서 발생해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나, 이 기준을 25%로 대폭 낮췄다. 이는 배터리 핵심 광물 등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전기차 업계에 희소식이다. 수입 원료 가격 변동에 따라 '한국산'으로 인정받지 못해 관세를 물어야 했던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K-컬처 확산으로 인기가 높은 'K-푸드' 수출장벽도 낮아졌다. 만두, 떡볶이, 김치 등 가공식품(관세 최대 30%)의 경우, 기존에는 밀가루 등 원재료가 역내산이어야 했으나 해당 요건이 삭제됐다. 앞으로는 제3국에서 재료를 수입해 국내에서 최종 가공하기만 하면 무관세로 영국 식탁에 오를 수 있게 된다.

화장품 등 화학제품 역시 화학반응, 혼합 등 주요 공정이 국내에서 수행되면 한국산으로 인정받게 돼 최근 급증하는 대(對)영 화장품 수출(5년 새 238.6% 증가)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정부조달 시장에서는 영국 고속철 시장이 추가로 개방됐다. 그동안 우리 측만 일방적으로 개방했던 불균형을 바로잡는 동시에 유럽 고속철 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철도 업계를 뒷받침할 수 있게 됐다.

기업들의 고질적 애로사항이었던 비자 문제도 해결했다. 영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공장 설립 초기 설비 유지·보수를 위해 한국 엔지니어를 파견할 경우, 까다로운 영어 능력 시험 성적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비자 트랙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 건설 당시 발생했던 비자 문제와 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고, 협력업체 인력도 원활하게 파견할 수 있게 된 점이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대비한 '경제 안보' 동맹도 강화했다. 양국은 희토류, 요소수 등 핵심 품목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10일 이내에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공급망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대체 공급처 정보를 공유하고 신속한 물량 반입을 공조한다.

또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S) 남용을 막기 위해 1976년 체결된 낡은 투자보장협정(BIT)을 폐기하고, 개선된 투자 규범을 FTA에 신규 도입했다.

이는 영국 투자자들의 ISDS 청구 빈도가 세계 3위 수준임을 고려한 조치다.

이 밖에도 △디지털 통상 규범 정립(데이터 이전 자유화) △인공지능(AI) 기술 협력 강화 △최초의 '혁신 챕터' 신설 등을 통해 미래 산업 협력의 기반을 닦았다.

여한구 본부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시점에 핵심 파트너인 영국과 자유시장 질서를 공고히 했다"며 "단순한 시장 개방을 넘어 공급망, 디지털 등 변화하는 통상 환경에 대응하는 포괄적 협력 규범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향후 법률 검토와 국회 비준 동의 등 절차를 거쳐 개정 협정의 조속한 발효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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