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원화 스테이블코인·크립토… 삼각구조 없인 시장도 없다

SEC 승인으로 토큰화 ‘실험’ 넘어 인프라 단계 진입
국내 STO 논의, 비정형 자산에 쏠린 구조적 한계
토큰증권·스테이블코인·유통 인프라 ‘삼각구조’ 필요

(구글 노트북LM)

미국 증권 당국이 블록체인 기반 주식 토큰화를 공식적으로 허용하면서 글로벌 자본시장의 결제·청산 인프라 혁신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토큰증권(STO)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됐지만, 시장 성장을 위해서는 핵심 요소들이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예탁결제기관 DTCC의 블록체인 기반 주식 토큰화를 허용했다. 11일(현지시간) SEC가 무조치(No-Action) 서한을 발급하면서 발효된 이번 조치로 DTCC는 토큰화된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미국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을 온체인에서 보관하고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토큰화 대상은 러셀 1000 구성 종목과 주요 지수 추종 ETF 등 핵심 고유동성 자산군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토큰화가 실험적 시도를 넘어 제도권 금융 인프라의 하나로 편입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DTCC의 토큰화가 정규장 외 시간의 대규모 매매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거래와 가격 형성은 기존 증권시장 질서를 유지한 채, 소유권 이전과 결제 효율화를 중심으로 한 백오피스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토큰화는 거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보다는 결제 인프라의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국내 토큰증권 시장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국내에서도 STO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현재 방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논의의 초점이 미술품, 부동산, 지식재산권(IP) 등 비정형 자산에 맞춰져 있는데, 비정형 자산은 투자자 저변이 제한적이고 가격 산정이 어려워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범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토큰증권협의회장(바이셀스탠다드 대표)은 “기존에 존재하던 정형화된 증권들이 토큰화돼야 토큰증권 시장이 코스닥의 90%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토큰화의 본질은 새로운 자산을 만들어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자산의 유통 효율을 높이는 데 있다는 점에서 정형 증권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SEC가 허용한 DTCC의 토큰화 대상 역시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정형 증권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토큰증권 자체보다 국내 시장 구조가 더 큰 과제라고 지적한다. 자산이 토큰화되더라도 이를 결제할 수단과 유통될 시장이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자본이 유입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토큰증권만 존재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부재할 경우 결제 기능이 제한되고, 글로벌 유통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 기반 자산의 핵심 경쟁력인 국경 간 거래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제약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토큰화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형 증권의 참여, 결제 수단(스테이블코인), 유통 플랫폼이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시장 생태계가 제대로 형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최근 간담회에서 “미술품과 K-콘텐츠 IP, 탄소배출권 등 다양한 비정형 자산을 토큰증권이나 크립토 자산으로 상품화해 글로벌 플랫폼에서 유통해야 한다”라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으며, 연내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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