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잎 하나 떼고 너 나 사랑해?
전 세계를 사로잡은 지드래곤이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에서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14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는 지드래곤의 월드투어 '지드래곤 월드투어 [위버맨쉬] 인 서울 : 앙코르, 프레젠티드 바이 쿠팡플레이(G-DRAGON 2025 WORLD TOUR [Übermensch] IN SEOUL : ENCORE, presented by Coupang Play)' 마지막 공연이 개최됐다.
앞서 지드래곤은 3월 고양을 시작으로 월드투어에 돌입, 도쿄, 마닐라, 오사카, 마카오, 시드니, 멜버른, 타이베이, 쿠알라룸푸르, 자카르타, 홍콩, 하노이 등 아시아 태평양에 이어 뉴욕, 라스베이거스, 로스앤젤레스 등 미주, 프랑스 파리와 서울 앙코르 공연 3회를 포함해 전 세계 17개 도시에서 39회에 걸쳐 투어를 완주, 솔로 아티스트로 이례적인 규모의 대장정을 이어왔다.
월드투어의 피날레인 만큼, 지드래곤은 이날 '파워(PO₩ER)'로 포문을 열고 공연 초반부터 열기를 끌어올렸다.
'홈 스위트 홈' 가사를 인용해 "내가 말했잖아, 돌아온다고. 꽃잎 하나 떼고 너 나 사랑해"라고 장난스레 말문을 연 지드래곤은 "진짜 제 홈타운인 서울에서의 마지막 피날레다. 준비됐나. 오늘 다 쏟아붓고 가겠다. 같이 해주실 거냐"고 유려하게 함성을 유도했다.
곧장 '홈 스위트 홈' 전주가 흘러나오면서 현장이 끓어올랐다. 이날 공연에는 피처링에 참여한 빅뱅 멤버 태양, 대성이 직접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고척스카이돔 바닥이 울릴 정도의 함성이 쏟아졌다.

지드래곤은 "오늘 떨린다. 밖이 추웠는데, 그래도 3월보단 낫지 않나. 천재지변과 함께 시작하게 돼서 마음이 항상 무거웠다. 이번 공연은 편하게 즐기셨으면 좋겠다"며 3월 고양 콘서트를 언급해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당시 공연은 한파와 돌풍 속 지연을 거듭하면서 공연 운영에 아쉬움을 자아낸 바 있다.
지드래곤은 "그래도 기분 좋은 설렘이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성황리에 투어를 마치고 이틀 전에 따끈하게 돌아왔다. 돌아와서 기쁘다. 오늘이 39번째 마지막 쇼다. 아쉬워야 큰 거 한방이 남아 있지 않겠냐. 아님 말고"라고 여전한 조련 실력을 자랑했다.
그는 "특별히 좋은 카메라를 많이 설치했다. 저를 예쁘게 찍기 위함도 있지만 여러분이 카메라에 담긴다. 영화관에 가서 볼 수도 있지 않나. 여러분들의 끼를 아끼지 말아달라. 오늘만큼은 손을 편하게 하고, 꽃(데이지봉) 들고, 왕관(뱅봉)을 들어 달라. 조금 더 공연을 즐겨주시면 카메라에 그 모습이 잘 담길 거다. 그렇지 않을 경우라도 카메라에 담긴다. 제가 다 찾을 것"이라며 "특별하게 여러 재밌는 볼거리를 만들고 다양한, 스페셜한, 유일한 마지막 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월드투어는 니체의 철학적 개념인 위버맨쉬(Ubermensch)를 예술적인 스토리텔링으로 구현하며 눈길을 끌었다. 드론과 인공지능(AI) 기술을 무대에 접목한 건 물론, 공연장마다 새롭게 재구성된 입체적 무대, 드래곤 바이크 퍼포먼스, 대형 LED 월을 활용한 시각적 서사가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곡마다 달라지는 화려한 의상과 스타일까지, 음악과 연출, 패션이 어우러지며 눈을 즐겁게 했다.
게스트도 시선을 끌었다. 3월 콘서트에서 함께 무대를 꾸민 비트박서 윙을 포함해 그가 소속된 비트펠라 하우스가 공연 중간을 장식했다. 특히 지드래곤의 '쿠데타(COUP D'ETAT)(2013)' 수록곡 '세상을 흔들어', '알오디(R.O.D.)'를 차용한 무대로 팬들의 반가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번 월드투어의 큰 재미는 '투 배드(TOO BAD)' 무대로 잘 알려져 있다. 지드래곤은 해당 곡에 댄스 브레이크를 마련, 도시마다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곡이나 콘셉트를 차용해 이 시간을 꾸며왔다. 프랑스 파리 공연에서는 '물랑 루즈(Moulin Rouge)'를 택한 바 있다. 이번 서울 공연에서는 지드래곤의 미발매 음원인 '불 붙여봐라' 전주가 흘러나오며 팬들을 놀라게 한 데 이어,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2'에서 다이나믹 듀오의 '스모크(Smoke)' 안무를 창작한 댄서 바다가 등장해 함께 챌린지 안무를 선보여 뜨거운 함성을 자아냈다.

지드래곤을 애타게 기다렸을 한국 팬이었다면 감동이 두 배일 공연이었다. 지드래곤은 "오랜만에 콘서트 하면서 정신이 여러모로 없었다. 아쉽기보다는 한국에 빨리 돌아가서 무대도 무대지만 소통을 하고 싶었다. 팬분들과 티키타카가 아무 난무하는, 땀이 주르륵 나는 무대를 하고 싶더라"고 '홈타운'에 대한 애정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특별했다. 지난해 '마마 어워즈' 공연을 했고 파리 자선행사 공연도, 여러 페스티벌에도 나갔다. 직접 말하기 부끄러운데 '에이펙(APEC)'에도 영광스럽게 섰다. 훈장도 수훈했다"며 "앞으로 해야 될 것도 너무 많다. 내년도 많다. 내후년은 내년에 생각하기로 하겠다. 내년엔 저희 그룹, 빅뱅이 20주년을 맞이한다. 성인식을 할 거다. 멤버들 중에 성인가요 하는 친구도 있다. 워크숍(코첼라) 같은 것도 한다. 미국에서 워밍업을 하는데 부담 갖지 말고 여행을 온다거나 지인이 있다면 '여기 어때'? 모르신다면 '뤼튼'"이라고 모델을 맡은 브랜드까지 야무지게 챙겨 웃음을 자아냈다. 하나금융그룹을 연상케 하는 손가락 '하나' 포즈도 빠지지 않았다.

최근 불거진 라이브 논란도 특유의 기세로 돌파한 모양새다. 관객 역시 열정적인 공연에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개소리 (BULLSHIT)' 무대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이게 뭔 개소리야" 대사를 내뱉었고, 공연장이 암전될 때마다 '권지용'을 합창했으며 앵콜 이벤트인 '테이크 미(TAKE ME)'까지 힘차게 부르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공연 말미 '위버맨쉬' 투어 성료 기념 축하 케이크를 받은 지드래곤은 "멤버들에게도, 가족, 친구 모두에게 고맙다"며 "내년에는 2명 더 데리고 오겠다"고 덧붙여 팬들의 함성을 드높였다.
2차 앵콜에서는 태양, 대성이 다시 한번 무대에 올라 티키타카 팀워크로 웃음을 자아냈다. 최근 신곡 '한도초과'를 발매한 대성은 무대 위에서 '한도초과' 한 구절을 구수하게 선보이는가 하면, 자신의 유튜브 채널 '집대성'에 단독으로 출연하지 않은 지드래곤을 향해 어이 없는 웃음을 발사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지드래곤은 "각자 솔로 콘서트를 하지 않았냐. 제가 제일 늦게 시작했지만 이렇게 3명의 무대를 선보이면서 레퍼토리가 비슷하다. '뱅뱅뱅(BANG BANG BANG)', '맨정신' 하지 않냐"고 운을 띄웠고, 태양은 "이걸 좀 아껴둬야 한다", 대성은 "왜 아끼나. 내년에 뭐가 있나?"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더했다.
공연 말미 '위 라이크 투 파티(WE LIKE 2 PARTY)', '눈물뿐인 바보' 무대를 빅뱅 멤버들과 함께 선보이며 내년 완전체 활동에 대한 기대감까지 끌어올린 지드래곤. 이번 서울 앙코르 콘서트로 약 5만4000명의 관객을 동원한 그는 내년 빅뱅 완전체 활동을 앞두고 있다. 내년 4월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 출연을 시작으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