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공적주택 공급 확대를 핵심 국정 과제로 내건 가운데, 국회에서도 도심 주택 공급을 가로막아온 규제를 완화하고 잠재 공급원을 발굴하기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빈 건축물 정비를 축으로 한 입법 흐름이 정부의 공급 드라이브와 맞물리며 주택 공급 정책이 본격적인 실행 국면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공공재건축, 역세권 사업 등 일부 사업에만 적용되던 건축 규제 완화 특례를 모든 정비사업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5만㎡ 이상 정비계획을 수립할 경우 1세대당 2㎡ 이상의 도시공원이나 녹지를 확보해야 하고, 1000세대 이상이면 1세대당 3㎡ 이상으로 기준이 강화된다. 문제는 용적률을 감안할 경우 대부분의 5만㎡ 이상 정비사업이 1000세대를 넘기면서 대규모 사업이 아님에도 과도한 공원·녹지 확보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면적 10만㎡ 미만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1세대당 2㎡ 이하 범위에서 기준을 적용하도록 해 사업성을 높이고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도심 내 잠재 공급원을 활용하기 위한 제정법도 여야 합의로 발의됐다. 국토교통위원회 여야 간사인 복기왕 민주당 의원과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빈 건축물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초당적으로 공동 대표 발의했다.
2024년 기준 전국의 빈집은 약 13만4000호, 주택 이외의 빈 건축물은 최대 6만1000동으로 추정된다. 빈 건축물은 범죄와 안전사고, 슬럼화 등 지역 쇠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지만 관련 법령이 분산돼 있고 관리 체계가 일원화돼 있지 않아 실효성 있는 정비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해당 법안은 기존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건축물관리법', '공사중단 장기 방치 건축물의 정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을 통합·보완해 빈 건축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내용을 담았다. △5년 단위 실태조사 및 매년 현황조사 △국가·지자체 정비계획 수립 및 빈건축물정비촉진지역 지정 △선도사업 추진과 재정·행정 지원 △안전조치 명령과 직권 철거 및 보상 근거 △빈 건축물 관리업 등록제 도입 등이 주요 골자다.
복 의원은 "빈 건축물 문제는 도시의 활력 저하뿐 아니라 지방소멸 위기와도 맞닿아 있다"며 "이번 법안이 쇠퇴 지역의 회복과 재생을 위한 실질적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권 의원도 "국가균형발전과 도시경쟁력 제고를 위해 여·야가 함께 힘을 모았다"며 "빈 건축물 정비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정책 과제로, 정기적인 관리와 선제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국회 입법 흐름은 정부의 공적주택 공급 확대 기조와 맞닿아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적주택 110만호를 확실히 공급해 주거 사다리를 다시 세우겠다. 내년 상반기에는 새 정부의 주거 복지 추진 방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이 원하는 곳에 빠르고 충분하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수도권 공공택지는 2026년에 2.9만호 분양, 5만호 이상 착공에 들어가고 3기 신도시 입주도 본격화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공주택 공급 과정에서의 구조적 문제도 직접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업무보고에서 "공공임대 주택을 지을 때 역세권 등 좋은 지역에 짓도록 하라"고 주문하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서 공급한 사례들을 보면 제일 좋은 자리에는 일반 분양 주택을 짓고, 공공임대는 구석에 있는 안 좋은 장소에 몰아서 짓는다"고 했다. 이어 "LH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이렇게 짓다 보니 사람들이 공공임대에 대해 '싸구려'로 인식하게 된다"며 "역세권에 공공임대 주택을 짓고, (너무 작은 평수가 아닌) 적정한 평수로 지으면 임대 보증금도 더 높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