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시행…법인 대출채권부터 단계 적용

대규모 예금 인출 등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경우,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이 보유한 대출채권을 담보로 긴급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제도가 새로 도입된다. 기존 시장성증권 담보 대출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고강도 유동성 리스크에 대비해 중앙은행의 ‘최후의 대부자’ 기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금융기관 대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긴급여신에 관한 규정’을 의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제도는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금통위 판단으로 발동되며 내년 1월 2일부터 시행된다.
현재 한은은 유동성 위기 시 금융기관이 보유한 국채 등 시장성증권을 담보로 상시대출제도(자금조정대출)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규정이 시행되면 필요할 경우 시장성증권 담보 대출에 더해 대출채권을 담보로 한 긴급여신을 추가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한은은 제도 도입 배경으로 금융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들었다. 비대면 거래 확대 등으로 유동성 쏠림과 예금 인출이 단기간에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위기 대응 수단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대출채권은 금융기관 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자산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 총자산 중 대출채권 비중은 69.8%에 달한 반면 시장성증권은 18.6%에 그쳤다.
김범서 한은 통화정책국 여신담보기획팀장은 “대출채권을 담보로 한 긴급여신 지원 체계가 생기면 유사시 금융기관들이 시장성증권을 투매하지 않고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 금융시장 불안 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채권 담보 범위는 우선 법인기업 대상 부동산담보대출과 신용대출로 제한된다. 신용등급은 BBB- 이상 또는 예상부도확률 1.0% 이내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긴급여신 대상 기관과 대출 한도, 금리, 대출 기간 등 구체 조건은 위기 발생 시 금통위 의결로 결정된다.
실제 자금 집행까지 걸리는 시간은 담보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한은은 신용대출 채권은 2~3영업일, 부동산담보대출 채권은 5~7영업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한은은 평상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채권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출받아 적격성 심사와 담보 인정가액 산정을 미리 진행할 방침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잉글랜드은행, 일본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이미 금융기관 대출채권을 적격 담보로 활용하고 있다. 한은 역시 모의훈련과 IT 시스템 점검을 통해 위기 시 신속한 자금 지원이 가능하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