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구 건설협회장 “중대재해 예방, 적정 공사비·공기 보장이 먼저”

▲한승구 대한건설협회 회장. (사진제공=대한건설협회)

한승구 대한건설협회 회장이 중대재해 근절을 위해서는 처벌 강화보다 충분한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보장하는 선행적 예방 체계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년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도 당부했다.

한승구 회장은 1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0년 이후 공사원가가 급등하면서 공공공사를 중심으로 공사비 부족 문제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중대재해 근절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사후 처벌 위주의 정책만으로는 근본적인 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실효성 있는 안전 강화를 위해서는 적정 공사비와 공사기간이 보장되는 제도적 환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예산에 맞춰 책정된 공사비와 촉박한 공사기간 속에서 기한 내 준공 의무까지 부담하다 보니, 건설사들은 과도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구조가 부실공사와 안전사고로 이어지고, 사고 발생 이후에는 안전·품질 규제가 강화되면서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산업 전반의 신뢰도까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준공된 공공공사 가운데 적자를 기록한 공사의 비중은 43.7%에 달했다. 한 회장은 “공공공사는 물가변동이나 설계 변경 시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민간공사는 관련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사비·공사기간 산정 단계부터 검증하고, 시공 중 물가변동 등에 따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기준을 전반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공사 계약금액 조정과 관련한 법·제도 정비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한 회장은 “민간공사에서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에 대한 법적 규정이 미비해 공사대금 분쟁과 공사 중단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2건이 발의된 만큼, 조속한 국회 통과를 위해 정부와 국회 등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국회의 안전 강화 정책에 대해서는 처벌 중심의 접근이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행정처분 등으로 이미 상당한 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처벌 위주의 제재가 강화되면 현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며 “사망자 수만을 기준으로 영업정지나 등록말소를 적용할 경우, 현장 수와 투입 인원이 많은 대기업일수록 불리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건설안전특별법에 따른 과징금과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상의 과징금이 중복 부과될 수 있고, 사고가 연속 발생할 경우 누적 금액이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1000억 원을 넘겨 대기업조차 경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회장은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의 SOC 예산 확대도 요청했다. 그는 “건설투자는 최근 6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고, 올해 SOC 예산도 전년보다 1조 원가량 줄어 업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내년 경제성장률 2.5% 달성을 위해 SOC 예산을 30조 원 이상 편성하고, 노후 기반시설 개선을 위한 재원 마련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분양 해소 방안도 제시했다. 수도권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미분양 주택 매입사업 확대와 기준 완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환매조건부 매입 확대를 추진한다. 지방 미분양에 대해서는 매입 시 세제 지원을 담은 법안의 조속한 입법과 함께 지방 주택시장을 고려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재정비사업 촉진과 과도한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활성화, 다주택자 중과세 완화 등 거래 활성화 정책, 건설업계 인력 유입을 위한 산업 이미지 개선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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