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자동차·로봇 등 4대 그룹 주력 사업과 직결
단순 영업 및 기술지원 아닌 “개발·생태계까지 같이 키운다”

엔비디아가 한국 내 사업 조직을 전방위로 확대하며 반도체·자동차·로봇 등 국내 주력 산업과의 협업을 본격 강화하고 있다. 최근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 기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과 잇따라 만난 이후, 채용과 조직 재편이 빠르게 이어지면서 한국을 글로벌 전략 거점으로 격상하려는 의도가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관련 업계와 링크드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서울 근무를 조건으로 반도체 엔지니어, 자동차·로보틱스 담당 매니저, 클라우드 파트너십 책임자 등 다수의 핵심 직군을 신규 모집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반도체 제조 및 테스트 관련 인력의 보강이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설계 및 제조 담당 개발자 관계 매니저(Developer Relations Manager)'와 '테스트 플로어 엔지니어(Test Floor Engineer)'를 동시에 채용 중이다.
특히 채용 공고 우대사항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경력을 명시하며,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과의 협업 경험을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한국에서 생산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의 품질 관리와 수율 문제를 현장에서 직접 밀착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과의 협력 강화를 시사하는 공고도 대거 올라왔다. 엔비디아는 현재 국내에서 '자동차 산업 어카운트 매니저'와 '피지컬 AI/로보틱스 담당 매니저', '피지컬 AI 솔루션 아키텍트'를 찾고 있다.
해당 공고들은 단순한 차량용 반도체 판매를 넘어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 △디지털 트윈 기반 스마트 팩토리 △생성형 AI 기반 차량 인터페이스 구축을 주요 업무로 명시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미래 모빌리티 전략과 일치한다. 엔비디아의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젝트인 '그루트(GR00T)' 및 로봇 운영체제 아이작(Isaac)을 다룰 전문가를 찾는 것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보유한 현대차그룹과의 로보틱스 분야 협력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이와 함께 한국 내 클라우드 파트너(NCP)를 총괄할 시니어 매니저, 딥러닝 시스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도 채용하고 있다. 공고에는 “한국의 소버린 AI(주권 AI) 이니셔티브에 적극 참여하고 정부 기관과 협력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국내 AI 생태계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네이버 등 국내 기업이 추진 중인 소버린 AI 프로젝트와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단순한 영업 조직 확장이 아니라 연구개발(R&D)·테스트·AI 파트너십 기능을 한국에 직접 구축하려는 구조적 변화로 본다. 엔비디아가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AI·반도체 협력의 핵심 축으로 격상시키려 한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주 APEC 회동이 의례적 만남을 넘어 구체적 사업 확장으로 직결되고 있다”며 “엔비디아는 한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 자동차 산업, 로봇 기술의 잠재력을 결합해 자사의 AI 생태계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을 실행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