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편 기준 없어 ...뒤섞인 구조조정에 '법인 매각설'까지 퍼졌다 [요동치는 대학]

운영 부실·재정난·기업 출연…대학마다 달랐던 ‘위기 대응’ 방식
매각설 확산 배경엔 재편 방식 혼재…“절차·기준 명확화 시급”

▲대학 법인 변경형 구조조조정 및 기업 출연형 재편 사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지난 20년간 사립대 재편 과정에서는 통폐합, 법인 변경, 기업 출연을 통한 재단 재구성 등 서로 다른 방식의 구조개편이 병존해 왔다. 외형상 모두 ‘대학 재편’으로 불리지만 절차·요건·개입 주체는 크게 다르며, 대학의 재정 상황과 위기 정도에 따라 선택된 대응 역시 상이했다는 분석이다.

통폐합 중심의 2000년대…일반대 중심 체제로 이동
명지대·안양대·서남대…법인 변경형 구조조정의 전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통계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에 집중된 합병은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대학이 규모 조정과 체질 개선을 시도한 흐름으로 평가된다. 당시 산업대 설립 취지가 약화되고 전문대 정원도 정체되면서 많은 대학이 일반대 중심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이와는 성격이 다른 흐름으로, 비리나 운영 부실 등을 이유로 교육부가 이사 교체를 승인하거나 명령하는 법인 변경형 구조조정이 뒤이어 나타났다.

명지대는 2010년 교비를 투자 목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감사·재판이 이어졌고 재단 정상화 과정이 장기간 지속됐다. 2018년 안양대는 설립자 비리와 재정난이 겹치며 재단 교체가 추진됐고, 내부 반발과 소송이 이어지는 등 갈등이 컸다.

서남대는 의대 운영 부실과 누적된 재정 파탄으로 2012년부터 여러 차례 행정처분을 받았고 학사·교원·재산 문제를 둘러싼 분쟁이 해소되지 못한 채 2018년 폐교에 이르렀다.

이러한 유형은 대학 간 합병과 달리 법인의 운영 주체 자체를 교체해 정상화하는 절차라는 점에서 구조적 성격이 구분된다.

성균관대·중앙대·아주대…기업 참여형 재편 모델

기업이 출연금을 대학 법인에 제공하고 이사회 구성에 참여하는 기업 참여형 재단 재구성 모델도 꾸준히 존재해 왔다.

성균관대–삼성은 1996년 삼성이 대학 법인에 출연하고 이사회에 참여함으로써 재단 운영 체계를 재편한 대표적 사례다. 중앙대–두산은 2008년 두산그룹 출연금을 기반으로 재단이 재구성되며 교육·연구 인프라 투자가 확대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보다 앞선 1994년 아주대–대우 사례도 대우그룹의 장기적 출연을 바탕으로 법인이 안정화된 전형적 모델에 속한다.

사립학교법상 대학은 매각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는 ‘지분 매매’가 아닌 법인이 기업의 장기적 투자와 기부금을 받아 거버넌스를 재정비하는 형태로 제도권 안에서 이뤄져 왔다.

최근 대학가에서 특정대학을 둘러싼 ‘법인 매각설’이 빠르게 확산된 배경에는 통폐합·법인 변경·기업 출연 등 서로 다른 재편 방식이 오랫동안 현장에서 뒤섞여 인식돼 온 구조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정 압박이 커진 일부 대학 사례가 잇따라 거론되는 과정에서, 과거의 다양한 재편 사례가 한꺼번에 소환되며 구체적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사안까지 ‘매각 가능성’으로 확대 해석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황인성 사총협 사무처장은 “통폐합·법인 변경·기업 참여는 절차와 전제 요건이 전혀 다르지만, 대학이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 이를 구별하지 않은 채 논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립대 구조개선법 논의가 본격화되는 것도 재편 과정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려는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정 취약 대학이 늘어나는 만큼 공익적 기준에 따라 다양한 재편 방식의 차이를 제도적으로 구분하고, 교원·학생을 보호할 법적 가이드라인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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