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력은 수입, 우유 신선도는 국산
프리미엄·非우유·영양 리뉴얼 등 주목

내년부터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수입하는 모든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사라진다. ‘무관세 멸균 수입우유’ 상륙이 예고되면서 국내 유업계의 생존 전략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5일 유업계에 따르면 2026년 1월부터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유럽연합(EU)산 유제품 관세는 0%가 된다. 이로 인해 국내 유업계는 가격 경쟁 압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시중 유통 중인 주요 수입 멸균우유는 폴란드산으로, 가격은 리터랑 1700원~2000원 수준이다. 이는 국내산 멸균우유보다 약 30% 저렴하고, 일반우유의 절반 수준이다. 현재 EU 유제품 관세율이 2.3%인데, 무관세가 되면 내년 폴란드산 멸균우유의 값은 더 저렴해질 전망이다.
유업계는 수입산 멸균우유가 국내산 일반우유를 모두 대체하기 어렵다고 본다. 신선도에서 압도적으로 차이나 나고, 한국은 국토가 크지 않은데 콜드체인이 잘 돼 있어 농가에서 짠 우유가 3일 내 대형마트 매대에 진열된다. 국산 흰우유의 맛과 신선도는 미국·유럽산 수입우유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멸균우유는 가격 경쟁력이 매우 뛰어나 베이커리·카페 등 기업간거래(B2B)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저출생으로 인해 매년 우유 소비가 감소하는 가운데 무관세 수입우유까지 상륙하면서 국내 우유업체는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서울우유는 프리미엄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작년 4월 출시한 ‘A2+우유’는 A2 단백질 유전형질을 가진 젖소에서 분리·집유해 A2 단백질만을 함유하고 체세포수·세균수 1등급 우유다. 출시 초기 대비 판매량이 2배 이상 증가, 9월 기준 누적 판매량 8250만 개를 돌파했다.
저지 우유를 활용한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도 공략 중이다. 저지 우유는 영국 저지섬에서 유래한 갈색 젖소 ‘저지소’에서 나온 우유로, 왕실 전용 우유로 유명하다. 우유 생산에 흔하게 쓰이는 ‘홀스타인 젖소’보다 생산량이 적지만 고형분(단백질·유당·지방 등) 함량이 30% 높아 고소하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서울우유는 10년 전부터 저지소 축종 개량을 시작했고, 2022년 골든저지밀크 출시에 이어 최근 저지밀크콘, 저지밀크푸딩 제품을 선보였다.
매일유업은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한 ‘비(非)우유 제품’ 키우기에 나섰다. 특히 하반기 균형영양식 브랜드 ‘메디웰’의 신제품 메디웰 구수한 누룽지맛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다. 초고령화 시대에 고령자의 건강 관리를 위한 맞춤 영양 설계가 특징으로 매일유업이 노년내과 전문의와 협업해 만들었다. 올여름 출시해 긍정적인 성과를 얻은 ‘매일두유 렌틸콩’은 ‘저속노화’로 유명한 정희원 의학박사와 공동개발했다.
매일유업은 ‘폴바셋’, ‘크리스탈제이드’ 등 외식사업도 전개 중인데, 최근엔 캔디 및 젤리 카테고리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달 24일 미국 캔디 시장 1위 브랜드 ‘너즈’와 국내 독점 유통계약을 체결했다. 너즈는 연간 매출 9억 달러 이상의 글로벌 제과기업이다. 내년 3월부터 ‘너즈 구미 클러스터’ 등을 국내에서 선보인다.
남양유업은 저당·제로·초고단백 중심의 ‘건강 스펙 강화’ 리뉴얼에 집중하고 있다. 발효유, 단백질음료, 가공유 등 주요 제품 전반에 걸쳐 체중 관리와 저당·고단백 식단을 선호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춘 제품으로 재설계 중이다. 대표 제품 ‘불가리스’는 설탕 무첨가 제품을 출시했고, ‘초코에몽’도 원유에서 유래한 당 외에 설탕을 넣지 않은 제품을 선보였다. 인기 단백질 음료 ‘테이크핏 프로’는 전 제품 리뉴얼을 통해 아르기닌 함량을 기존 780mg에서 1400mg으로 크게 늘렸다. 커피믹스는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스테비아 산양유 단백질’을 출시했다. 설탕 대신 스테비아를 활용했고 단백질을 더해 건강 기능을 강화했다.
유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유제품 소비가 감소세인데 수입산 우유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도 “기업간소비자(B2C) 시장에서 자체 경쟁력을 높이고 우유의 활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