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감 넘어 경영체질 개선, 혹독한 인력 감축
롯데웰푸드·코리아세븐·롯데칠성 등 줄줄이 희망퇴직
‘뷰티2강’ 아모레·LG생건도 구조조정 나서

연말 시즌 유통업계 전반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 한파가 불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시장 경쟁 구도가 급변하고,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조직 효율화에 서두르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비용 절감 조치’가 아니라 유통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가 가속화되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계열 편의점 이마트24는 창사 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에 나섰다.
이를 위해 이마트24는 전날 부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 커리어 리뉴얼 참여 신청을 공지했다. 최근 실적 개선 압박과 함께 상품 전략 개편 등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조직 효율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회사는 커리어 리뉴얼을 통해 금전 보상뿐 아니라 이마트24 점포 운영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마트24 측은 “급변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경력 전환이 필요한 직원들의 새 출발을 지원하고자 이번 프로그램을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마트24뿐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구조조정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롯데웰푸드가 4월 45세 이상, 근속 10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데 이어 롯데칠성음료도 지난달 1950년 창사 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1980년 이전 출생자와 근속 10년 이상 직원 대상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지난해뿐 아니라 올해도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롯데그룹 통합 멤버십 엘포인트를 운영하는 롯데멤버스도 2015년 창사 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 절차를 밟았다.
면세 산업 불황을 겪고 있는 면세업계에서는 현대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4월 각각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11번가가 올해까지 3년째 희망퇴직 공고를 내고 있다.
K뷰티 대표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달 들어 근속 15년 이상 또는 4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아모레퍼시픽홀딩스를 비롯해 이니스프리, 오설록, 에뛰드, 아모스프로페셔널 등 계열사 직원이 대상이다. LG생활건강도 뷰티 판매판촉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편의점업계에서도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 지난달 근속 20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잇따라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인건비가 높은 인력을 정리해 고정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인력을 축소하는 등 조직 효율화를 통해 경영 체질 개선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구조조정 흐름이 경기 둔화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 전환 가속화, AI 기반 운영·마케팅 모델 확산 등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인력 수요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중심 대규모 조직 구조가 더는 현재 시장 환경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최근 롯데멤버스의 희망퇴직 단행은 인공지능(AI) 도입 확산이 인력 감축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멤버스 측은 “이번 희망퇴직 시행은 AI 도입이 가속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인적 쇄신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대외환경에 선제로 대응하고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