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3N2 변이로 거세진 ‘독감’ 유행…접종 여부만큼 백신 ‘종류’ 중요[e건강~쏙]

‘미스매치’로 인해 일반 표준 백신 효과 저하 우려 커져

‘건강을 잃고서야 비로소 건강의 소중함을 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국내 의료진과 함께하는 ‘이투데이 건강~쏙(e건강~쏙)’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알찬 건강정보를 소개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예년보다 빠르고 강하게 찾아온 독감이 거대한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인플루엔자 A(H3N2)형에서 예측하지 못한 변이주인 ‘K아형(subclade K)’이 발생하면서 2025-26절기 독감 백신주와 실제 유행주의 불일치(백신 미스매치) 문제가 생긴 것이다. 현재 검출되는 독감 바이러스의 97.2%가 K아형으로 나타나면서, 기존의 표준 백신만으로는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인플루엔자 감염 시 중증 위험이 커지는 65세 이상 고령층은 반드시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기존의 표준 백신도 중증·입원·사망 예방에는 여전히 의미 있는 보호 효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올해처럼 예측하지 못한 H3N2 변이가 우세종이 된 미스매치 상황에서는 표준 백신만으로 감염 자체를 막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어 더 넓은 교차면역을 유도하는 면역증강 백신 등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의 접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48주 기준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69.4명까지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배를 넘어섰다. 이는 최근 10년간 동기간 대비 최고 수준으로, 직전 절기와 유사한 대규모 유행도 예상된다.

인플루엔자 자체도 위험하지만, 더 큰 문제는 A(H3N2)형의 K아형 변이가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감시기구 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북반구 지역에서 인플루엔자 A(H3N2)형이 우세하게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해당 지역에서 백신 효과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예방에 경고등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행의 주요 원인을 백신 ‘미스매치(불일치)’로 꼽았다. WHO는 매년 2월 그해 유행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측해 백신주를 선정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변이가 등장하면 백신에 포함된 항원과 실제 유행주가 달라져 백신의 효과가 감소하게 된다.

특히 A(H3N2)형은 백신 항원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보호 효과가 낮아진다는 연구가 다수 발표된 바 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K아형은 2024-25절기 표준 백신의 A(H3N2) 계열과 항원학적으로 상당한 거리를 보인다”며 “65세 이상 고령층 등 고위험군에서 발생률과 입원율이 더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인플루엔자로 인한 입원 환자의 70%, 사망 환자의 80%가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생하고 있어 보다 강력한 예방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변이 확산과 유행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고위험군에서는 이종 바이러스에도 대응 가능한 ‘교차면역(cross-protection)’을 제공하는 고면역원성 백신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교차면역’이란 백신에 포함된 항원과 다른 변이 바이러스, 즉 이종균주(heterologous strains)에도 중화항체가 형성돼 예방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고면역원성 백신은 65세 이상에서 면역증강제를 추가하거나 항원량을 늘려 표준 백신보다 강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가이드라인 및 대한감염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고령층에 우선 권고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면역증강 백신 등 고면역원성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이종균주)에 대해 항체 역가 증가와 뚜렷한 교차반응을 보인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이는 올해와 같은 백신 미스매치 상황에서 표준 백신만으로는 고령층 보호에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올해 독감 유행은 조기 시작, H3N2 변이 증가, 고령층 면역취약성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더 높은 주의가 필요하다. 감염 후 중증으로 악화되는 속도가 빠르고, 폐렴·심혈관계 합병증 위험도 높아 예방 효과의 작은 차이가 실제 건강 결과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은 표준용량 백신 1회로 충분히 보호받기 어렵기에 백신의 ‘종류’ 선택이 예방 전략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김충종 이대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층에게 효과가 낮은 백신이 사용될 경우 감염·입원 증가로 이어져 의료체계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여러 국가에서 이미 고령층에 고면역원성 백신을 우선 접종하도록 권고하는 만큼, 국내에서도 변이주 유행에 대응할 수 있는 고위험군 보호 전략을 재정비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고령층 접종 전략 변화는 단순히 독감 유행을 막는 것을 넘어, 고령층의 중증화·입원·사망을 예방하고, 더 나아가 의료체계의 부담을 줄이는 데도 중요한 의의가 있다. 기존보다 더 효과적이고 넓은 방어력을 제공하는 백신이 등장한 만큼, 향후 독감 예방에서는 백신의 ‘접종 여부’뿐 아니라 ‘어떤 백신을 맞는가’가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