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내년 국방예산에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못 박아

감축 금지 조항, 5년 만에 부활
유럽 주둔군·우크라이나 지원·대중국 투자 규제까지 포괄

▲한미 연합 군사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기간인 8월 19일 경기 동두천시 소재 주한 미군기지에서 미군 장병들이 기갑장비 및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의회가 내년도 국방예산안에 주한미군 병력 규모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조항을 공식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공개된 2026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최종안에는 예산으로 승인된 자금을 한국에 상시 주둔하거나 배치된 미군 병력을 2만8500명 미만으로 줄이는 데 사용할 수 없도록 명시됐다.

법안은 또 한미가 합의한 기존 계획과 다른 방식으로 전시 작전 통제권을 미군 지휘체계에서 한국군 지휘체계로 이양하는 데도 해당 예산을 활용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한국·일본 및 유엔군사령부에 병력을 제공하는 동맹국들과 충분한 협의가 이뤄졌다는 점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할 경우 60일 이후 제한이 해제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NDAA는 미국 국방부의 예산과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연례 법안으로, 주한미군 관련 조항은 지난해 9월 하원, 10월 상원을 각각 통과한 뒤 최근 양원 협의를 통해 최종 확정됐다. 주한미군 감축에 예산을 사용하지 못 하게 한 조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인 2019~2021회계연도 법안에 포함됐다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기에 빠졌으며, 이번에 5년 만에 부활했다.

미 의회가 확정한 2026회계연도 국방예산 총액은 9010억 달러(약 1323조 원)로,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한 금액보다 80억 달러 증액됐다.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 긴축 기조와 달리 국방비 확대에 동의한 이례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의회는 연말까지 법안을 최종 처리해 대통령에게 넘길 계획이다.

NDAA에는 유럽 주둔 미군 병력을 7만6000명 미만으로 45일 이상 감축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항도 담겼다. 미 국방장관과 유럽사령관이 해당 조치가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과 충분히 협의가 끝났음을 증명해야만 감축할 수 있도록 했다. 나토 최고연합사령관 직을 공석으로 두는 것 역시 같은 조건 아래 제한했다.

아울러 1991년과 2002년 중동 전쟁을 승인했던 기존 군사행동 승인법은 공식 폐기됐다. 여러 전임 대통령이 해외 군사작전의 법적 근거로 활용해왔던 조항이지만, 더는 필요 없다는 의회 내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조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도 유지됐다. 2027회계연도까지 매년 4억 달러 규모의 안보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이 재승인됐으며, 최근 시리아 제재를 해제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맞춰 대시리아 제재를 영구 철회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 밖에 미군 장병 급여를 연 3.8% 인상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10여 개를 법률로 확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군용 드론 생산 확대, 국가 방공·미사일 방어 체계의 ‘골든돔’ 전환, 남부 국경 순찰에 현역 병력 투입, 국방부의 전기차·하이브리드 차량 사용 제한 등 바이든 전 정부의 기후 정책을 되돌리는 조치도 포함됐다.

또 미국 자본이 중국의 인공지능(AI)과 군사기술 개발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신규 투자 규제 조항이 초당적으로 반영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워크(Woke) 이념 배제’ 기조에 맞춰 군사학교 여성 스포츠에 트랜스젠더 학생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국방부를 ‘전쟁부’로 개칭하려던 시도와 달리, 법안에서는 기존의 ‘국방부’와 ‘국방부 장관’ 명칭을 그대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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