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화재 참사 후 선거…투표율 역대 두 번째로 낮아

80년 만의 최악 화재에 정부 책임론 확산
당국, 투표율 위해 시간 연장·보이콧 단속
정부 비토 정서에 등록유권자 수도 감소

▲7일(현지시간) 홍콩 타이포 지역에서 입법회 선거를 마친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나서고 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가 80년 만에 최악의 화재 참사 직후 극도로 냉각된 민심 속에 치러졌다.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이번 선거의 최종 투표율은 31.9%로 집계됐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로 가장 낮았던 2021년 선거 투표율 30.2%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역대 두 번째로 저조한 수치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투표율이었다. 홍콩 당국은 화재 참사 뒤 불거진 정부 책임론으로 인해 투표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높은 투표율을 보여야 중국이 홍콩을 안정적으로 통치할 수 있다고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BBC는 “이번 선거는 치명적인 화재사고 뒤 홍콩 시민들의 중국에 대한 정서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홍콩 당국과 중국 국가안전판공실은 홍콩에 주재하는 해외 언론사 특파원들을 불러 허위·왜곡 보도를 삼가라고 경고하는 등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또한 근무 중인 공무원들을 위한 새로운 지정 투표소를 만들고 투표 시간을 기존보다 2시간 연장하고 투표 보이콧을 선동한 혐의로 11명을 체포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당국의 노력이 무색하게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매우 낮았다. 중국 정부는 2021년 정부가 검증한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편했고 총 90개의 의석 중 직선제를 통해 뽑히는 의석은 20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달 26일 발생한 ‘웡 푹 코트’ 화재 참사로 최소 159명이 사망하며 당국 책임론과 분노 여론이 확산하며 투표율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화재 참사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가 위치한 선거구의 투표율은 30.15%로 전체 선거구 중 가장 낮았다.

한편 화재 참사와 중국 정부에 대한 비토 정서의 영향으로 홍콩 내 등록유권자 수는 4년 연속 감소 추세다. 2021년엔 등록유권자 수가 447만 명이었지만 올해엔 413만 명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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