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REC 구매 7417억, 5년 내 최고치
“전기요금·재무 위험 전가되는 역설"
한전·한수원 손실구조 고착화 우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지난 5년간 재생에너지 공급의무(RPS) 제도 이행을 위해 수천억 원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비용을 부담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태양광·풍력 등 자체 재생 발전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의무비율만 단계적으로 확대되면서 한수원이 부담해야 하는 REC 구매액이 매년 급증하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지적이다.
9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2024년 한 해에만 7417억 원을 REC 구매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4148억 원 대비 약 79% 증가한 수치다. 재생 발전량 증가보다 의무량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한수원 재무구조에 직접적 부담을 준다는 분석이다.
한수원은 최근 9년간(2016~2024년) RPS 이행률을 대부분 100%로 유지했다. 2023년에도 이행률은 97.3%, 2024년에는 다시 100%를 맞추며 ‘전량 의무이행’을 달성했다. 문제는 이를 가능케 한 비용이 모두 한수원 부담으로 축적됐다는 점이다.
REC 구매비용은 △2020년 4148억 원 △2021년 4731억 원 △2022년 4398억 원 △2023년 5824억 원을 기록했고 이듬해 2024년에는 7417억 원으로 역대 최대비용을 사용했다.
같은 기간 태양광·풍력 등 한수원 자체 재생 발전량은 증가세가 크지 않아 의무량을 자체 충당하기 어려웠고, 부족분을 구매로 메우는 구조가 반복됐다.
한수원의 REC 비용 부담이 누적되는 동안 발전효율을 최대로 유지해야 하는 원전마저 반복적으로 강제 출력감소를 겪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은 전력시장 수익이 줄어들고 동시에 REC 의무이행 비용은 늘어나는 ‘이중 손실 구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은 최근 5년간 원전 출력감소 운전은 총 49회에 달했다. 대부분 전력거래소의 급전 지시에 따른 것으로 잉여 전력과 송전 제약이 반복되면서 정상 출력으로 운영할 수 없는 날이 급증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2023~2025년 설·추석 등 특수경부하 기간에만 7회 △봄·가을철 주말 경부하 구간에서 23회 △2025년 봄철에는 평일까지 포함해 한빛 원전이 7회 △동해안 송전선로 제약으로 1회 △신정·어린이날 연휴 등 특수경부하 기간 2회 △산불·태풍 등 계통 위험 대응 9회 등이다.
결국 한수원이 부담한 REC 비용은 전력시장 정산에 반영되고 이는 한국전력의 전력구입비를 밀어 올린다. 이미 누적 적자에 시달렸던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REC 단가가 시장 상황에 따라 급등할 경우 공기업 부담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한전 적자 확대로 이어진다. 한전 적자가 커질수록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라는 연쇄 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이종배 의원은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를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자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의 '한수원 신재생에너지 발전의무 제외법(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 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한수원이 원전 출력을 위협하는 태양광 발전에 힘쓰고, 심지어 상당한 REC 비용까지 지불하고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원자력 또한 친환경 에너지원임을 인정하고,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기후에 맞는 에너지 정책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